날아라 펭귄 나이 60이 넘어 집에서 한 끼만 얻어 먹으면 일식 ‘씨’로 불린다. 두 끼를 얻어 먹으면 이식이 ‘놈’, 세 끼를 다 얻어 먹으면 삼식이 ‘새끼’가 된다. 60 넘은 노년들이 점심시간에 모여 와르르 깔깔 웃어대며 하는 농담이다. 이들 중에는 요즘 들어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 친구도 있는데 얼마 전 늙은 아내에게 이혼을 ‘당한’ 사람들이다.
임순례 감독의 유쾌한 블랙코미디 ‘날아라 펭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황혼이혼 문제부터 기러기 아빠(영화 제목은 독수리, 기러기, 펭귄, 참새 아빠 얘기가 나오는 이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조직 내 소수자의 문제(여기서는 공무원 사회 내의 한 채식주의자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조기 영어교육에 병들어 가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다. 옴니버스이긴 한데 에피소드마다 캐릭터들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아이 영어 몰입교육에 ‘광분해’ 있는 엄마(문소리)는 구청 직원이고, 동료 직원 가운데 한 명(최규환)이 채식주의자이며, 이 사람으로부터 떡볶이 요리를 배우는 과장(손병호)이 바로 기러기 아빠라는 식이다. 과장의 아버지(박인환)는 곧 아내로부터 황혼이혼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날아라 펭귄’은 각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에피소드를 요리조리 엮어 놓은 데다 이야기마다 최소한 실소 아니면 폭소를 자아내게 할 만큼 재미의 양념을 뿌려놓은 터라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알고 보면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깨달음이 요구되는 영화다. 특히 에피소드의 첫 대목 ‘극성 맘’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절로 한숨이 난다. 이 나라 아이들 교육이 지금 어디로 끌려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 나라가 앞으로 어디로 끌려갈 것인지 암울해진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아이들을 공부로만 내몬다고 해서 붙여진 ‘헬리콥터 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영화 속 엄마의 모습은 다분히 과장되게 그려진다. 하지만 ‘영어학원 가느라’ 혹은 ‘태권도 도장 가느라’ 아니면 ‘피아노학원 가느라’ 다들 바빠서 친구의 생일파티에조차 가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풍경을 보는 건 차라리 지옥이라는 느낌을 준다. 만약 이 영화가 해외에서 상영된다면 한국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살풍경한 모습을 보면서 이건 현실이 아니라며, 그래서 이 영화는 무슨 사회풍자극 아니면 심지어 SF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임순례 감독은 전체 에피소드 가운데 비틀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큰 방점을 찍되, 이를 가장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정면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이 에피소드를 맨 앞에 배치한 것도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인 황혼이혼 문제는 맨 뒤에 배치하되 갈등보다는 문제의 해결 쪽에 무게를 둔다. 박인환-정혜선 두 노년 배우가 풀어내는 황혼 애정 행각과 갈등이 오히려 귀엽다는 인상을 주는 건 그 때문이다. 감독도 이 에피소드의 ‘행복한’ 후반부를 전체 극의 엔딩과 연결시킴으로써 지금껏 얘기해 왔던 사회문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려 애쓴다. 마치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듯이. 그런 면에서 임순례는 낙천적이고 진보적이다. 유머 감각도 남다르다.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꾸준히 기획해서 제작하고 있는 인권시리즈 작품 가운데 하나다. 기획의 틀이 어느 정도 잡혀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인 탓에 ‘미학적’으로 아주 뛰어난 영화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영화가 현실에 너무 붙으면 ‘영화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순례 감독의 유쾌한 블랙코미디 ‘날아라 펭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황혼이혼 문제부터 기러기 아빠(영화 제목은 독수리, 기러기, 펭귄, 참새 아빠 얘기가 나오는 이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조직 내 소수자의 문제(여기서는 공무원 사회 내의 한 채식주의자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조기 영어교육에 병들어 가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다. 옴니버스이긴 한데 에피소드마다 캐릭터들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아이 영어 몰입교육에 ‘광분해’ 있는 엄마(문소리)는 구청 직원이고, 동료 직원 가운데 한 명(최규환)이 채식주의자이며, 이 사람으로부터 떡볶이 요리를 배우는 과장(손병호)이 바로 기러기 아빠라는 식이다. 과장의 아버지(박인환)는 곧 아내로부터 황혼이혼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날아라 펭귄’은 각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에피소드를 요리조리 엮어 놓은 데다 이야기마다 최소한 실소 아니면 폭소를 자아내게 할 만큼 재미의 양념을 뿌려놓은 터라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알고 보면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깨달음이 요구되는 영화다. 특히 에피소드의 첫 대목 ‘극성 맘’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절로 한숨이 난다. 이 나라 아이들 교육이 지금 어디로 끌려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 나라가 앞으로 어디로 끌려갈 것인지 암울해진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아이들을 공부로만 내몬다고 해서 붙여진 ‘헬리콥터 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영화 속 엄마의 모습은 다분히 과장되게 그려진다. 하지만 ‘영어학원 가느라’ 혹은 ‘태권도 도장 가느라’ 아니면 ‘피아노학원 가느라’ 다들 바빠서 친구의 생일파티에조차 가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풍경을 보는 건 차라리 지옥이라는 느낌을 준다. 만약 이 영화가 해외에서 상영된다면 한국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살풍경한 모습을 보면서 이건 현실이 아니라며, 그래서 이 영화는 무슨 사회풍자극 아니면 심지어 SF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임순례 감독은 전체 에피소드 가운데 비틀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큰 방점을 찍되, 이를 가장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정면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이 에피소드를 맨 앞에 배치한 것도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인 황혼이혼 문제는 맨 뒤에 배치하되 갈등보다는 문제의 해결 쪽에 무게를 둔다. 박인환-정혜선 두 노년 배우가 풀어내는 황혼 애정 행각과 갈등이 오히려 귀엽다는 인상을 주는 건 그 때문이다. 감독도 이 에피소드의 ‘행복한’ 후반부를 전체 극의 엔딩과 연결시킴으로써 지금껏 얘기해 왔던 사회문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려 애쓴다. 마치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듯이. 그런 면에서 임순례는 낙천적이고 진보적이다. 유머 감각도 남다르다.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꾸준히 기획해서 제작하고 있는 인권시리즈 작품 가운데 하나다. 기획의 틀이 어느 정도 잡혀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인 탓에 ‘미학적’으로 아주 뛰어난 영화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영화가 현실에 너무 붙으면 ‘영화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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