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시 구마모토가쿠엔대에서 8일 열린 뮤지컬 ‘명성황후’ 특별공연에 앞서 명성황후 시해범 구니토모 시게아키의 외손자 가와노 다쓰미(앞줄 오른쪽)가 명성황후 역을 맡은 이태원(〃 왼쪽) 명지대 교수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시 구마모토가쿠엔대에서 8일 열린 뮤지컬 ‘명성황후’ 특별공연에 앞서 명성황후 시해범 구니토모 시게아키의 외손자 가와노 다쓰미(앞줄 오른쪽)가 명성황후 역을 맡은 이태원(〃 왼쪽) 명지대 교수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 日 공연, 시해범 손자 눈물만 흘려“리허설을 보면서도 눈물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와노 다쓰미)

“저도 노래를 하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공연을 하니 가슴이 훈훈해지는 것 같아요.” (이태원)

8일 오후 6시 일본 구마모토(熊本)시 구마모토가쿠엔(熊本學院)대에서 열린 뮤지컬 ‘명성황후’ 구마모토 특별공연에 앞서 한 백발의 노인이 분장실을 찾았다. 노인의 이름은 가와노 다쓰미. 그는 1895년 10월8일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범 가운데 한 명인 구니토모 시게아키의 외손자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을 찾아 사죄했고 이후에는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며 일본인들에게 잊어진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재조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번 구마모토 공연도 모임의 적극적인 초청에 의해 성사됐다.

본공연에 앞서 분장실을 찾은 가와노는 이태원(공연예술학) 명지대 교수에게 팔찌를 선물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태원 교수는 “돌아가신 명성황후와 구마모토 출신 자객들이 땅속에서 서로 영혼의 화해를 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이번 공연이 앞으로 한국과 일본을 더 연결해 줄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성황후 시해일(1895년 10월8일)에 이뤄진 이날 공연은 뮤지컬 ‘명성황후’가 초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선보인 무대였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누빈 ‘명성황후’지만 일본 관객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2002년에는 도쿄(東京) 공연이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원작을 1시간 분량으로 편집해 주요 장면 영상을 상영하고 이태원 교수를 비롯해 박완(고종), 지혜근(홍계훈 장군) 등 주연 배우들이 5곡을 직접 무대에서 부르는 특별공연 형식이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700여 일본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공연에 빠져들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명성황후가 시해당하는 장면에서는 곳곳에서 흐느낌이 들리기도 했다. 공연장을 찾은 하야시 기오코(여·68)는 “일·한교류회 활동을 하면서 역사에 관심이 있어 공연을 보러 왔다”며 “아픈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런 교류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의 윤호진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역사적 이벤트가 성사된 만큼 특별공연에 이어 본공연도 성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마모토 =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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