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날… 한국 ‘현주소’10월 셋째주 토요일인 17일은 문화의 날. 문화 창달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기념일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2009년 문화의 날 기념식을 열고 문화입국을 향한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문화의 날’을 돌아보는 우리의 문화 성적표는 초라하다. 특히 문화상품 해외수출의 경우 영화나 음악, 애니메이션 등을 비롯한 문화 장르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류의 근원이 된 방송 콘텐츠 수출도 드라마를 중심으로 일본에만 기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이 한국의 드라마를 외면할 경우, 한류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해동안 해외에 판매한 방송 콘텐츠 중 드라마 비율이 91.8%에 이르는 반면 2001년 전체의 19.8%에 이르렀던 애니메이션 수출 비중은 4.6%로 퇴보했다. 2001년 3.2%를 차지했던 오락도 지난해에는 1.1%에 그쳤다. 2008년 음악과 영화의 수출비중도 0.8%와 0.2%에 불과했다.

수출국 다변화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콘텐츠 수출액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68.7%로 전체의 3분의2를 넘었고, 5%를 넘은 나라는 대만(6.7%)뿐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4.8%, 홍콩은 3.3% 지나지 않았고,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대한 수출실적은 전무했다. 이는 국가별 수출비중이 5%를 넘는 나라가 대만(20.2%), 중국(20.1%), 일본(9.7%), 홍콩(9.4%), 독일(8.0%), 싱가포르(7.9%)이던 2001년보다 크게 후퇴한 것. 콘텐츠 수출액 증가률도 2005년의 72.5%를 정점으로 크게 떨어져 올해 수출액은 1억8000만달러였던 2008년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혐한류’, ‘항한류’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드라마에서 특정국을 깎아내린 듯한 묘사가 해당국 네티즌들의 비난과 악의적인 언론 보도로 이어지면서 한류에 대한 문화적 저항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이나 CD·DVD 등을 타고 불법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박치완 (문화콘텐츠학)한국외대 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은 가시적인 효과 위주로 추진된 경향이 없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하게 투자하는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심화되고 고양돼야 지속적인 문화 창출과 문화상품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