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500년만의 귀향’展 튀는 아이디어와 개념의 현대미술이 난해하면서도 시선을 모으는 반면, 한지 수묵의 전통 고미술은 얼핏 친근해 보이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다. 미술에 대한 세인의 관심도 근현대미술 위주이며, 미술시장에서 고미술은 현대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였다. 특히 화랑가에선 국내외 스타작가 및 신진작가의 위세에 눌리기라도 한듯 고미술기획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에서 10일 개막하는 ‘500년만의 귀향’전(4월25일까지)은 이같은 분위기를 역행시키려는 듯 고미술품을 집중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그것도 일본으로 건너갔던 조선시대 회화 중 중국 문인과 관련된 고사도(故事圖) 및 말과 호랑이 등 동물화 위주로 전시장을 꾸몄다. 조선 후기 이인문의 ‘어촌추색도(漁村秋色圖)’, 김유근의 ‘소림단학도(疎林短壑圖)’외에 작가미상인 15~16세기 ‘방목도(放牧圖)’와‘매사냥’및 16~17세기 ‘누각산수도’, 17세기 ‘탄금도’와 19세기 후반의 일본원숭이그림 등 전시작은 대부분 국내 미공개작품들이다.

이 전시는 학고재 우찬규 대표가 지난 10여년 동안 일본 교토의 한국미술전문화랑 등지서 사모은 서화 500여점을 국내서 공개하는 고미술기획시리즈의 두번째 전시다. 첫 전시가 2009년 연초 국내 문화가의 화제를 모았던 ‘한국 근대서화의 재발견’전이었다.

1년 전 일본서 돌아온 고서화를 통해 다른 시기에 비해 덜 알려져온 조선후기 이후 구한말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미술을 재조명한 데 이어, 이번엔 일본인이 좋아한 작품들로서 고사도와 동물화를 집중적으로 공개한다. 대원군 정학교 김진우 조석진 안중식부터 황철 오세창 김옥균 박영효까지 출품작가의 면모가 화려하고 다채로웠던 작년 전시와 달리, 조선 초기 작품까지 포함된 이번 기획전엔 ‘조선 송암’ ‘조선 상현’ ‘조선 군실’ 정도로 표기된 작가 미상의 작품이 많다. 가로 1.2m 길이의 화폭에 말의 다양한 동작을 생생하게 묘사한 ‘방목도’외에 ‘송학도’‘운룡도’역시 작가미상이다.

우 대표와 함께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일본이 대륙문화를 받아들이는 창구가 한반도였으며, 일본인들은 선망하는 중국풍 그림을 조선에서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그의 지적대로 이번 전시는 중국화풍의 비중이 높고, 무속적 성격 때문에 인기가 높던 동물화도 다양하다.

한 화상이 집념을 갖고 일본서 사모은 고미술컬렉션을 시대 및 장르별로 분류해 보여주면서 학술적 재조명을 시도하는 고미술전의 다음 기획이 벌써 궁금해진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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