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영업뒤 단속 피하려 문 닫았다 슬그머니 재개업 최근 폐업과 재개업을 반복하는 일명 ‘등록증 세탁’에 나서는 악덕 대부업체가 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 업체는 불법영업을 한 뒤 단속을 피해 일단 문을 닫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당국에 다시 등록을 하고 버젓이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부업체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떼어가는 등의 불법영업을 한 뒤 문제가 드러나면 사업장을 자진 폐쇄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등록해 슬그머니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불법영업을 한 뒤 당국의 조사나 등록 취소를 우려해 폐업신고를 했다가 자신의 이름이나 다른 직원 이름을 빌려 같은 사업장에서 다른 상호를 내건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시험 등을 통해 대부업체 운영과 관련한 자격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진폐업하는 대부업체수는 월평균 100여건 안팎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38개, 2월 148개, 3월 138개 업체가 스스로 문을 닫았고, 11월 70개, 12월 86개로 줄었던 자진폐업 대부업체수는 올들어 1월중 161개로 다시 늘었다.

특히 봄철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업체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단속이 활발해지는 연초에 법망을 피하려는 업체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금융업계에서 이른바 ‘등록증 세탁’으로 불리는 이런 방식의 영업이 가능한 것은 당국에 등록만 하면 대부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사업장을 폐쇄했더라도 벌금형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다면 별다른 조건 없이 재등록을 할 수 있다. 4월부터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고정 사업장을 갖춰야 하는 등 영업규정이 강화되지만 폐업 후 재등록에 대한 규정은 바뀌지 않는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폐업한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재개업을 할 수 없게 하는 등 대부업체에 대한 진입 장벽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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