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월 국가시험 앞둔 ‘노량진 고시촌’ 건강검진 결과3년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고시촌에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여·32)씨는 자괴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다 결국 ‘국가고시’를 선택했지만 수차례 낙방을 경험하면서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잔소리만 하는 가족,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멀어진 지는 오래였다. 7급 공무원 필기시험(7월24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의욕보다는 희망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6, 7월 ‘국가고시철’을 앞두고 김씨처럼 우울증을 호소하는 고시생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수년간 고립된 채 고시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고시생들이 “이번에 또 떨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불면증,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

6월의 사법고시 2차시험(23~26일), CPA 2차 필기시험(26~27일), 7월 7급 공무원 시험 등이 다가오면서 고시생들의 우울증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5월12일 동작정신보건센터가 대표적 고시촌인 노량진동에 거주하는 고시생 110명을 상대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이 중 60%인 66명이 우울증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도의 우울증을 보이는 고시생은 11명에 달했다. 일반집단의 우울증 유병률(2~3%)에 비해 5배 높은 수치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27)씨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과 실패의 두려움으로 자해를 시도한 적도 있다”며 “시험철은 다가오지만 술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대학동의 고시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학동에 위치한 Y정신과병원 원장은 “환자의 70%가 장기간 국가고시를 준비하며 불면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20~30대 고시생”이라면서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이들의 우울증 강도도 심해진다”고 밝혔다.

최정석 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고시생들의 특성상 신체활동이나 사회활동이 제한돼 있어 우울증 증세를 보이더라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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