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는 중국의 압박에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앞으로 수주간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면서도 미국의 대응은 북한의 행동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8·27 창춘 북·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고 언급했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6자회담 국면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북한과 중국이 이처럼 6자회담 재개에 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30일 대북제재를 위한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효시켰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6자회담 재개는 없다”는 이른바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방침에서 천안함과 6자회담을 직접 연계하는 것은 무리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 등 의미있는 행동을 보여주면 회담이 재개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3·26 천안함 폭침에 대해 5개월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 시인도 사과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이 상태에서의 6자회담 재개는 어려우며, 반드시 짚어야 할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중국이 북한의 제의를 받고 천안함 출구전략을 위해 6자회담 재개로 한국을 설득하려는 의도라면 이는 잘못된 시도다. 한국이 명확한 공격 주체가 있는 폭침을 당했는데도 ‘동북아시아의 안정 유지’라는 차원에서 천안함 사건을 남북간 문제로 국한시키고 속히 자신들이 주도권을 쥔 6자회담 재개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위협에 시달리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국의 우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6자회담이 중단된 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는 만큼 북한이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모호한 언사와 시간끌기로 적당히 넘어가는 전략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특히 중국과 6자회담 재개에 관한 협의를 했으니 이번에도 과거와 똑같은 패턴으로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그동안 북한은 불리할 때마다 6자회담 카드를 들고 나왔다. 겉으로는 회담을 벌이는 체하면서 뒷전에서 핵 개발에 몰두했던 북한의 술책에 더 이상 관대할 수는 없다.
셋째, 중국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늘 그렇듯 문제가 터지면 북한을 방문하고 마치 회담에 관한 협의가 다 끝난 것처럼 참여국들을 설득하는 동일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것인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 중국은 적어도 향후 6자회담 재개의 전제가 북한이 그동안 저질러온 각종 사건에 대한 확실한 재발 방지 약속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 한국 정부의 태도가 어디까지 견지될 수 있는지도 문제다. 중국의 외교적 노력을 통한 주변국 설득은 한국에 6자회담 복귀의 강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 회담을 위한 회담이나 회담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북·미 간 협의를 거쳐 6자 비공식 예비회의를 열고 공식협의로 간다는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은 중국과 북한 간의 일방적 합의일 뿐이다. 중국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한·미가 아니라 북한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태 해결없이 6자회담 재개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관철해야 한다.
6자 합의를 스스로 폐기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북한의 결자해지는 그 다음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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