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개막에 앞서 이탈리아 베니스 지아르디니의 한국관에 설치된 출품작가 이용백씨의 작품 ‘피에타’(오른쪽)와 유화 ‘루어’.
오는 4일 개막에 앞서 이탈리아 베니스 지아르디니의 한국관에 설치된 출품작가 이용백씨의 작품 ‘피에타’(오른쪽)와 유화 ‘루어’.
미리 보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이용백 작가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조각 ‘피에타’, 진짜 물고기와 인공의 가짜 물고기가 뒤섞인 회화 ‘루어(Plastic Fish)’ 및 꽃무늬 군복차림의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 ‘천사와 전사’ 등, 지난주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홍콩아트페어에선 한국작가 이용백(45)씨의 작품들이 세계 유명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씨의 전속화랑인 학고재 전시장이 아트페어 후원사인 독일은행 귀빈(VIP) 라운지와 인접한 데다, 이씨의 작품들이 독특한 이미지로 관람객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이씨의 작품들이 오는 4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막하는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에서 선보인다.

지난해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이씨는 현지 사전답사를 거쳐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란 주제로 세계 현대미술 애호가를 대상으로 작품전을 펼친다. 이씨는 한국관 전시를 통해 20세기 한국의 서사를 10여점의 작품에 담아낸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국의 현실을 은유하며, 해방 이후 격동기의 한국을 회화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펼친다.

알록달록한 원색의 꽃무리같은 사진 ‘천사와 전사’는 꽃무늬 군복차림의 군인들이 활보하는 퍼포먼스를 촬영한 작품. 얼핏 화려한 꽃그림처럼 보이지만 위장된 사회에 대한 불편함을 담아낸다.

한국관 커미셔너 윤재갑씨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정치 사회 문화의 쟁점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작업과 내용의 폭이 넓고 한국적이면서도 우리 시대를 담아내고 있다”며 ‘이용백 작품’을 평했다.

조각 작품 ‘피에타’ 시리즈는 조각의 부산물인 거푸집과 그 속의 알맹이를 소재로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형상을 표현한 작품. 둘이 격렬하게 싸우는 ‘증오’와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죽음’의 두 형태를 통해, 작가는 “세상의 헛것(껍데기)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담았다”고 밝힌다.

사진·회화 ‘루어’는 화려한 가짜에 현혹된 세상을 말한다. 낚싯대를 드리운 인간, 물고기가 살기 위해 가짜 물고기를 덥썩 물었다가 결국 죽게 되는 상황을 담아낸다. 이밖에 ‘거울’은 “거울 앞에서 거울 속 나를 바라보는 나는 허상인가 실재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자아성찰을 일깨운다.

이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비디오아트를 실험하는 한편,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해왔다. 시사문제에도 촉각을 기울이며 미술작업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고 매체와 장르를 실험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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