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김정향 개인전, 20일부터 갤러리 비케이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크레센트 역에는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뉴요커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랑·주황·파랑 등 밝은 원색이 둥근 기차바퀴처럼 맞물려 이어지면서 꽃이나 태양처럼 빛난다.

뉴욕지하철본부 공모를 거쳐 크레센트 역을 장식한 유리작품은 지난 2006년 2월 설치된 한국 중견작가 김정향씨의 화제작 ‘윈드 스크린’이다.

뉴욕에서 30년여 작품활동을 해온 김씨는 최근 국내에서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남 사천 LIG연수원과 LIG 부산사옥에 김씨의 대형 벽화가 들어섰다. 사천 LIG연수원 진입터널과 입구에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무라노 유리와 타일 소재의 길이 47m 대형 모자이크 작품 ‘활짝 핀 채로’와 독일에서 특수유리에 그림을 그려 구운 뒤 발광다이오드(LED) 판조명을 장착해 설치한 ‘희망 꽃 피움’이 들어섰다.

LIG 부산사옥에는 부산바다를 형상화한 높이 7m 너비 9m의 타일작품 ‘푸른 은색’이 설치됐다.

국내외에서 야외 공공미술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김씨가 오는 20일부터 10월30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비케이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김씨는 ‘스피리토소(Spiritoso)’전을 통해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캔버스 회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9월의 밤’ ‘반짝임’ ‘달콤한 행복’ ‘춤추는 석양’ 등 시어(詩語) 같은 제목으로 무수한 색점들이 중첩되고 반복되며 밤하늘에 빛나는 형형색색의 불꽃놀이와 같은 형상을 이미지화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친근하면서도 경이로운 자연의 이미지는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캔버스 위로 점·선·원 등 기하학적 형상으로 재구성된다. 각양각색의 무수한 색점들이 어우러지면서 깜빡거리는 불빛, 바람의 일렁임이나 아침 안개, 나뭇잎에 맺힌 이슬, 나비의 팔랑거림 등 아주 특별한 순간들이 캔버스 위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낸다. 작품 제목에서처럼 ‘연두색 바람’(사진) ‘자줏빛 방울’ 등 바람, 빗방울까지 색깔을 지정한 작가는 전시장 가득 ‘자연과 함께’ 특유의 아련한 ‘시적 공간’을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향의 작품 앞에 서 있으면 마치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2009년 가을 뉴욕 다울링대 안토니오조르다노 화랑에서 열린 김씨의 개인전에 뉴욕타임스에서 내린 평가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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