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전쟁과 섹스, 음식을 일컫는 이른바 ‘욕망의 삼위일체’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사업이자 수지맞는 사업이다. 책은 인류문명의 자산이 사실은 포르노, 전쟁, 패스트푸드라는 ‘나쁜 것들’을 통해 발전했다는 다소 엉뚱한 시각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미국 CBS 온라인뉴스 과학기술 전문기자인 저자는 결국 현대 기술문명의 역사란 이 ‘나쁜 것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빚어낸 역사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가정의 전자레인지는 2차대전을 끝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레이더기술이 가정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라이팬인 테팔 프라이팬은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 부산물인 테프론을 알루미늄 프라이팬에 결합시킨 것이다. 맥도날드 주방을 표준화하는 데는 잠수함 주방설계기술이 사용됐다.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전화로 피자를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은 애초 폰섹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총기와 병균, 금속을 인류 역사의 향방을 결정지은 세 가지 요소로 제시해 고대사에 대한 통찰을 던져주었듯이 저자는 섹스, 폭탄, 햄버거야말로 현대 문명의 실상을 정확하고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한다고 주장한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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