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촬영된 사진으로 젊은 외모의 베르틸데 수녀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1960년대 말 촬영된 사진으로 젊은 외모의 베르틸데 수녀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베르틸데 수녀는 어려운 이웃들과 후배 수녀들의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한 노트르담수녀회 후원회원은 지난 4월 발간된 노트르담 소식지에 실린 ‘내 마음속의 독일수녀님 이야기’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베르틸데 수녀를 40년 만에 상봉한 사연을 담고 있다.

베르틸데 수녀가 부산 부민동 노트르담 유치원에 다니던 회원의 동생을 면담한 것은 지난 1972년이었다.

당시 회원의 어머니는 폐결핵에 걸려 있었다. 면담과정에서 이를 알게 된 베르틸데 수녀는 가진 사재를 몽땅 털어 병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수술해줄 것을 간청, 마침내 어머니의 생명을 구해냈다.

또 베르틸데 수녀의 집무실 한구석에 간직된 종이박스 안에는 수녀가 손수 뜨개질을 가르쳤던 버스 안내양들이 수십 년이 지난 후 감사의 표시로 수녀에게 보내온 엄지 없는 ‘수세미 장갑’ 등이 들어 있다.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제자들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후배 수녀들은 베르틸데 수녀를 항상 명랑하고 매사에 철저한 분, 영리하고 재치 있는 분,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베르틸데 수녀가 식사 때마다 양배추 한 조각 남기지 않고 먹으며 설날이나 추석 때는 항상 음식의 일정량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떼어내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임종을 앞둔 80대 신부님을 친가족처럼 수시로 찾아가서 말벗이 돼 수발을 들어주고 후배 수녀들의 옷깃을 꿰매줄 정도로 자상한 면도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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