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파장…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극우파가 법안 수정 주도
일본이 원자력 관련법에 ‘안전보장 목적’을 추가해 핵의 군사적 이용을 향한 길을 열어놓으면서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핵무장을 위한 행보에 접어들 경우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회는 20일 원자력기본법 부칙 12조에 원자력 이용 안전 확보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재산의 보호, 환경보전과 함께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특히 문제가 된 조항은 애초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국민적 논의 없이 여야가 슬며시 추가한 것으로 일본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평화헌법과 비핵화 3원칙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일본의 핵무장이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현재 평화헌법에 ‘전쟁과 무력행사 포기’를 규정하고 있으며 1968년 1월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도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화 3원칙을 발표해 이를 준수하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안 수정을 주도한 자민당의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중의원 의원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정부 때 관방장관을 지낸 극보수인물인데 핵을 갖겠다는 의도로 법안수정을 했다고 해도 현실성은 떨어진다”면서 “일본이 핵을 보유하기 위해선 평화헌법 9조 1항에 따라 군사력을 영원히 방기한다는 전수방위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이런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화가 어렵다는 학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본 극우세력의 이 같은 시도는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증대를 계기로 군사력 강화, 재무장을 꾀하려는 최근의 일본 정부 및 목소리를 높이는 일본 우경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실제로 최근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오사카 시장은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선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또 일본의 대표적 보수우익 인사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 역시 핵무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지난해 12월 무기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외국과의 무기 공동 개발에 나서고, 최근에는 자위대가 1970년 이후 처음으로 도쿄 시내에서 무장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례 없이 군사력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등이 창설한 지식인 단체인 ‘세계평화 호소 7인 위원회’는 19일 “실질적인 (핵의) 군사이용의 길을 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 야마자키 마사카쓰(山崎正勝) 도쿄공대 명예교수는 “별도의 법률에서 논의도 거의 없이 (원자력기본법을) 변경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