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무방비’ 노출 ‘www.axxxxxxxxx.com’, 50대 남성 직장인 이모 씨에게 이 인터넷 주소는 ‘야동(야한 동영상)’ 약 50만 건을 담고 있는 포르노 동영상 사이트로의 길을 열어주는 ‘마법의 열쇠’다. 이 사이트는 그 흔한 회원가입도 없고, 다운로드(내려받기)도 없으며 당연히 ‘관람료’도 무료다. 게다가 이 씨는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이 같은 야동 사이트 주소를 몇 개씩이나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씨는 마음만 먹으면 불과 수십 초 안에 PC나 스마트폰으로 인종별, 연령별, 상황별로 분류된 각종 야동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

포르노 등 음란물은 단 한 편도 합법적으로 제작할 수 없는 한국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발달된 정보기술(IT) 환경을 통해 외국에서 제작되는 음란물의 유입·유통이 이처럼 만연한, 말 그대로 ‘포르노 공화국’이다.

◆ 포르노, 누가 만드나 = 성인물 제작사인 비비드 등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제작업체 50여 곳은 지난 2009년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자사 포르노를 불법으로 유통시킨 신원불상의 ‘헤비업로더’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미국과 일본에는 이처럼 합법적으로 포르노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는 미국 포르노 산업의 ‘메카’로서 이곳에서 1년에 5만여 편의 포르노가 생산되며 이는 미국 성인물 시장의 9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에도 지난 2010년 인기 아이돌그룹 ‘소녀시대’를 패러디한 성인물을 만들어 유명세를 탄 AV(Adult Video)업체 에스오디(SOD) 등 이름만 들어도 남성 네티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유명 제작사들이 즐비하다. 제작업체들은 전속 배우까지 고용해 한 해에 수십 편 이상의 포르노를 제작한다. 또 웹하드나 포르노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야동 중에는 일반인들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단출한’ 야동도 종종 볼 수 있다.

◆ 포르노, 어떻게 유통되나 = 과거 비디오테이프나 CD 등으로 포르노를 접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거의 모든 포르노가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며, 그 경로는 웹하드나 동영상 사이트 등 크게 두 가지다. 지난 2006년 ‘김본좌’ 사건은 국내 웹하드를 통한 음란물 유통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네티즌들에게 ‘김본좌’란 별명으로 불리던 김모 씨는 약 1만4000여 편에 이르는 야동을 혼자서 퍼뜨린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당시 한국에 퍼진 ‘야동’의 70% 이상으로 알려졌다.

웹하드를 통한 다운로드 등의 과정 없이 실시간 재생으로 포르노를 보여주는 포르노 동영상 사이트도 야동의 주요 유통 경로다. 특히 최근에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모바일로도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의 야동 시청’이라는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성범죄로 이어지는 포르노, 차단은 불가능한가 = 지난 2010년 여자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했던 김수철(46)은 범행 전날 일본 야동을 52편이나 본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42)은 스마트폰으로 평소 하루 3회 이상 ‘음란물’을 검색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무려 700장의 음란 사진을 저장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하던 중에도 6회에 걸쳐 음란 사진을 검색, 다운로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들의 범행 동기에 포르노에서 비롯된 왜곡된 성 의식이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 등은 음란물을 포함한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 유통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웹하드 업체들도 음란물을 검색할 수 없도록 ‘금칙어’ 설정 등을 통한 자구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모든 음란물 사이트나 웹하드를 감시하고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야동은 웹하드 업체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야동을 올리고 내려받는 것에 대해 업체가 자발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