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크 DNA’란 지난 2003년 ‘인간게놈지도’ 프로젝트 결과, 인간의 전체 유전자 중 약 2%에 불과한 2만 개의 유전자만이 뼈, 피, 근육, 조직 등 단백질 생산과 관련돼 있고, 나머지는 진화 과정에서 형성됐다가 기능을 상실해 쓸모없는 ‘쓰레기’로 인식돼 왔던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결과, ‘정크 DNA’가 암, 크론병 등 희귀 질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규명됨으로써 신약 개발과 환자맞춤형 치료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뉴욕타임스, BBC 등이 5일 보도했다.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의 32개 연구소 과학자 442명이 참가한 ‘DNA 백과사전(ENCODE)’은 5일 네이처, 셀, 사이언스 등 6개 학술지에 동시 게재한 총 30여 편의 논문을 통해 인간 게놈을 이루는 32억 개 DNA염기서열의 기능적 요소를 망라한 게놈지도를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이 지도는 2003년 인간게놈지도 이후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지난 5년 동안 1600회 이상의 실험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을 촉발하거나 정지시키는 약 400만 개의 이른바 ‘스위치’를 발견해냈으며, 이 스위치가 유전자를 통제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전사인자(tranion factor)’ 또는 ‘통제유전자(regulatory gene)’로도 불리는 이 스위치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특정 질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과 17가지 암, 6개 손가락 돌연변이 등이 정크 DNA의 ‘전사인자’의 작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구팀의 마이클 스나이더 박사는 미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질병에 영향을 주는 것은 유전자 자체의 변형이 아니라 스위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을 이끈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의 이완 버니 박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간 게놈의 상당 부분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이제 ‘정크 DNA’라는 말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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