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이후 정치인에 대한 선관위의 검찰 고발·수사의뢰 사건이 급증하고 있고 그 방식 역시 ‘피의사실 공표’로 오인될 만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수사가 개시되기도 전에 선관위의 자체 조사 결과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공명선거 정착이란 의도와 달리 최소한의 권익마저 침해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선관위가 각종 의혹과 관련 수사를 의뢰한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에서는 혐의 입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뢰도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선관위가 제보자 조사를 통해 공천헌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며 수사 의뢰를 했던 새누리당의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검찰 수사를 통해 무혐의 처리됐다. 현 전 의원의 경우 3억 원을, 홍 전 대표는 2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 의뢰됐고 이 과정에서 현 전 의원은 당에서 제명까지 됐다. 검찰은 현 전 의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불러서 조사까지 했지만 결국 돈이 실제로 건네진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현 전 의원이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무혐의 처리된 데 대해 “선관위가 아주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상임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규명해 선관위가 좀 더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수사 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의혹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최소한의 권익조차 보장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심각한 민심 왜곡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18대 대선이 진행 중인 시기에 선거에 참여하는 공당의 원내대표가 선관위의 조치에 대해 행한 발언은 법에 따른 선관위의 조치를 폄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형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수사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 법을 개정해서 선관위도 피의사실 공표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실체 규명이 이뤄지고 있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피의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데, 선관위 차원의 조사만 끝낸 상태에서 혐의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선관위도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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