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특파원 ‘혼돈의 카이로’를 가다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체제가 끝난 뒤 극심한 민주화 진통을 겪고 있는 이집트에서 한국의 민주화 이행 경험을 배우려는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4일 밤 카이로 대통령궁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인해 궁을 떠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으나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배우겠다는 열기는 대학가에서 뜨거워지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이날 오후 카이로 아메리칸대 뉴캠퍼스 바실리 오디토리엄에서 ‘아랍혁명과 한국의 정치적 이행의 경험’을 주제로 마련한 강연에는 리사 앤더슨 카이로 아메리칸대 총장 등 관련 전문가와 신참 외교관, 대학생들로 가득 찼다. 클레멘트 헨리 카이로 아메리칸대 정치학과장은 대통령궁 앞 시위를 언급하며 “밖에선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나 이곳에선 이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 한다. 한국의 민주화 이행과정은 여러 분야에서 이집트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며 강연의 막을 열었다.

제임스 김 아산연 미국센터장은 “이집트의 현 상황을 한국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면 시위 역시 민주화의 과정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전복시키지는 않는다”며 이집트 역시 민주화로 이행해 가는 길 위에 있다는 관점을 전했다. 장지향 아산연 중동연구센터장은 경제성장을 동반한 민주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인적 요소에 대해 조언했다. 장 센터장은 시험을 통해 공무원을 선발하는 한국식 인재선발시스템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키웠고 사회 계층 간 이동을 가능케 했다고 밝혔다. 신창훈 아산연 국제법 및 분쟁해결 연구실장은 지난 3월 한국이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동북아 외교중심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집트 역시 이 같은 외교적 파워, 지역 균형자의 역할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에 30명 가까운 젊은 외교관들을 이끌고 강연회장을 찾은 무함마드 엘바드리 외교부 외교학연구소장은 “한국의 경험은 아무 노력 없이 민주주의를 얻을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강연회는 카이로 아메리칸대 정치학과가 아산정책연구원 측에 이집트의 ‘민주화 모델 찾기’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의 경험을 자세하게 소개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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