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전 총리가 실각 이후 타계할 때까지 매일 앉아서 사색에 잠겼다고 알려진 흔들의자.
장면 전 총리가 실각 이후 타계할 때까지 매일 앉아서 사색에 잠겼다고 알려진 흔들의자.
복원 앞둔 ‘국가 수반’ 2人 私邸 가보니대한민국 초대 주미대사이자 제1, 2공화국 국무총리를 지낸 장면(1899∼1966) 박사가 30년 동안 살았던 가옥을 시민에게 개방하기 위한 복원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명륜1가 36-1, 자그마한 철제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박한 크기의 마당에 한옥이 서 있었다. 방 두 칸에 욕실 하나, 4∼5평 남짓한 작은 거실. 장면 가옥은 사치스러운 구석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단아한 한옥이다.

가옥은 대지403㎡, 연면적 250㎡ 규모로 28평 안채와 18평 사랑채, 자그마한 경호동으로 이뤄져 있다. 4∼5평 정도의 방 2개로 된 안채는 가족이 주로 생활한 공간이며 7명의 자녀들은 방 한 칸에 칸막이를 치고 함께 지냈다고 한다. 장 전 총리가 독서를 하고 방문객을 만났던 사랑채 또한 단출했다.

응접실은 간신히 다섯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로 꾸며졌고 서재에는 작은 책상이 놓여 있다. 책과 책상, 수납장을 겸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책상은 1930년대 후반 이사올 때 동네 가구 기술자에게 부탁해 만든 것으로 장 전 총리는 별세할 때까지 30여 년 동안 이 책상을 사용했다.

또 주미대사 시절 미국에서 사와 수십 년을 사용했던 선풍기도 한쪽에 자리했다.

안채 거실에 놓인 흔들의자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실각하고 난 뒤부터 타계할 때까지 매일같이 앉아서 바깥세상을 바라봤던 공간이다. 이외에도 장 전 총리의 친필 연보, 건국훈장, 대한민국 외교관 1호 여권, 주미대사 임명장 등 그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기념물들이 전시돼 있다.

종로구는 가옥 해설사 양성 등 필요한 준비를 마친 뒤 내년 4월 19일 4·19혁명 기념일에 맞춰 대중에 공개할 방침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이번 장면 가옥의 전시장은 근현대사의 귀중한 가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생생한 역사교육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김구 주석, 이승만 대통령, 윤보선 대통령, 장면 총리, 박정희 대통령, 최규하 대통령 등 6명의 국가 수반이 거주했던 사저를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 =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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