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표현삼가 권고에 이통사 단어만 살짝 바꿔 통신회사들이 지난주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앞다퉈 출시하는 과정에서 당초 발표한 내용을 번복하거나 관련 법을 교묘히 회피하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깊은’ 통신사들의 진흙탕 싸움이 이번에도 재현된 것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U+는 지난 25일 ‘LTE 데이터 무한자유’요금제를 출시했다. 경쟁사인 KT와 SK텔레콤은 서둘러 유사한 서비스를 한다고 밝혔다.

통신사 입장에선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는 언젠가는 가야 하지만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추고 싶은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후발주자 LGU+가 작심하고 저지르자 SK텔레콤과 KT 역시 즉시 물타기로 동참한 것이다.

3사의 서비스 내용은 엇비슷하다. 월정액에 따라 기본 데이터양을 서비스하고, 이를 모두 사용했을 경우 매일 3기가바이트(GB) 이내에서 LTE 서비스를 한다는 것. 만일 이 범위를 넘어설 경우 2메가비피에스(Mbps)대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늦어진다. 이전 요금제에 비해 데이터 사용량을 대폭 늘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말 그대로 데이터 무제한 형태는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5일 LGU+의 요금제 신고 과정에서 소비자 오해 소지가 있으니 요금제에 ‘데이터 무제한’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주내용으로 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황급하게 LGU+를 따라 발표한 KT의 당초 요금제 명칭은 ‘LTE 데이터 무제한’이었다. 방통위 권고안에 어긋나는 명칭이었다. 이에 따라 KT는 27일 무제한이란 표현을 슬쩍 뺐다. SK텔레콤은 한발 더 나갔다. 26일 ‘콸콸콸 2.0’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가 다음날 특별 이벤트라고 정정 발표를 했다.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방통위에 ‘데이터 무제한’ 프로모션 신고 절차를 마쳤으나 방통위는 프로모션 내용 중 일부가 데이터 무제한 관련 신규 요금제 출시로 오인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LGU+도 요금제 명칭에만 데이터 무제한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각종 광고에 수시로 써 과장홍보를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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