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진흥원 ‘조상…’ 출간 조상제사는 누가 모셔야 할까. 21세기에도 조선후기 관행대로 장남이 모든 책임을 도맡아야 할까. 우리 역사를 보면 딸(여성)도 조상제사를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17세기 말까지만 해도 균분상속에 자녀가 돌아가며 부모 제사를 모신 윤회봉사가 이뤄졌지만, 유교의 종법제도가 정점에 이른 18세기부터 이 같은 풍속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장남에게 재산상속을 우대하는 대신, 조상제사를 독점적으로 계승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1991년부터 시행된 민법 개정으로 모든 자녀들이 재산을 공평하게 물려받게 되고 조상제사 역시 자녀들의 합의 아래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바뀌면서 또다른 갈등이 발생했다. 현실에서는 재산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는 내세우면서도 조상제사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가족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출간된 ‘조상제사 어떻게 지낼 것인가’(민속원)에서 아들이 많은 가정에서는 윤회봉사의 전통을, 아들이 없어 고민하는 가정에서는 외손봉사의 전통을 적극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설날을 앞두고 나온 이 책에 기고한 ‘조상제사, 누가 모셔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자녀윤회봉사는 물론, 경제적 기반이 미약했던 산간지역이나 도서 지역에서 행해진 제사분할 습속, 율곡 이이의 외가에서 행해진 외손봉사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탄력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고조할아버지가까지 4대를 제사 지내는 4대봉사도 18세기 들어 ‘주자가례’가 사대부층을 비롯해 서민층까지 보급되면서 일반화된 것이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가 전통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는 경북 안동의 불천위(不遷位·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죽어 4대봉사가 지난 뒤에도 신주를 영구히 사당에 두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 종가에서도 4대봉사의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안동지역 불천위 종가 50사례 중 증조부모까지의 3대봉사, 조부모까지의 양대봉사 등과 같이 변화를 실행한 경우가 10사례나 된다고 한다.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연구실이 기획한 책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조상제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의 글을 비롯, ‘조상제사, 왜 지내는가’(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연구원)와 ‘조상제사, 어떤 순서로 지내는가’(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장), ‘제물, 무엇을 차려야 하는가’(권삼문 대구경북향토문화연구소 연구원) 등 4편의 글이 실려 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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