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벨라루스를 검색하면 미인의 나라라는 표현이 눈에 많이 띈다. 벨라루스에서 지내다 보면 과연 벨라루스는 아름다운 여성이 많은 미인의 나라일 뿐 아니라 ‘사람이 아름다운 나라’임을 실감하게 된다.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벨라루스인들의 순수함, 정직함은 벨라루스를 찾는 모든 여행자들이 단번에 느끼게 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최고의 덕성이다. ‘벨라’는 ‘희다’는 뜻인데, 흰색을 사랑하는 국민답게 매우 순박한 사람들이다. 밤거리가 안전한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벨라루스인은 분수를 지키며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성실함과 강인함을 지닌 사람들이다. 독일∼폴란드∼러시아를 잇는 동서교통로와 발트해∼ 흑해를 잇는 남북교통로의 중심에 있기에, 평지로만 이루어진 한반도 면적의 벨라루스 국토는 유럽사의 큰 위기 때마다 전쟁터가 돼 초토화됐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도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벨라루스는 이를 극복하고 첨단산업과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켰으며 지금도 석유화학, 특수차량, 화학비료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산업력을 자랑한다. 석유정제기술이 발달해 휘발유 값은 ℓ당 90센트 수준이고, 벨쉬나는 세계 최대 크기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MAZ는 세계적 수준의 각종 특수차량을 제조하고, 곰셀마쉬는 농기계부문 세계 2위 기업이다.
또한 벨라루스인들은 일상에서 가무를 즐기는 멋의 민족이다. 민스크 스포츠궁전 광장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주말 장터에는 무대가 설치되고 춤과 노래의 공연이 종일 이어지는데, 장보러 나온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며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는 가족들이 외식을 하면서도 춤과 노래를 즐기는데, 이런 것들이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이다. 또한 오페라, 발레,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 수준이 매우 높아, 훌륭한 시설의 극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부터 문화와 예술을 즐기니 벨라루스인들은 문화적 감수성이 중요한 국가경쟁력이 되는 21세기에 특별한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섬세한 문화적 감수성과 높은 교육수준에 바탕을 둔 기술력을 결합해 최첨단 디지털국가를 이룩했듯이, 벨라루스도 그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 위치와 부족한 천연자원에서 유래하는 고난을 우수한 인력으로 극복하고 민족정체성을 유지해 온 역사, 그리고 흰색을 좋아해 세계의 온갖 색들을 받아들여 자신의 독창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 등 여러 면에서 벨라루스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벨라루스는 우리나라와의 교류 역사가 길지 않은데도 우리 문화에 대한 인기가 정말 높다. 작년 9월 8일 민스크에서 한국 문화의 날 행사가 개최됐는데, 벨라루스 케이팝 동호회들이 열띤 공연을 펼쳤으며, 벨라루스인들이 다수 포함된 국악 공연단은 우리 부채춤과 농악을 선보여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고려인협회 산하 한글학교는 수용인원이 50여 명인데 2012년 신청인원이 240여 명에 달해 공관과 한글학교가 긴급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작년 수교 20주년을 맞아 개최된 우리 문화공연마다 객석이 꽉 찼던 것은 물론이다.
벨라루스는 우리에게 블루오션이다. 벨라루스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물류의 요충지일 뿐 아니라, 러시아·카자흐스탄과 함께 관세동맹을 맺고 있어 1억7000만 명 거대시장으로의 진출구다. 국민소득, 유엔인간개발지수, 기업환경지수 등에서 세계 60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에 대한 호의적 관심이 매우 높아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벨라루스의 잠재력은 이처럼 높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흥시장이다. 누구든 먼저 진출한다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온갖 영역에서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곳이다.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나라 벨라루스는 우리의 블루오션이다. 블루오션이 ‘블루’할 때, 벨라루스와의 협력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겨보자.
◆강원식(53)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 정치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러시아과학원 극동연구소 객원연구원 ▲관동대 교수 ▲주벨라루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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