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테러 ‘후유증’
초유의 사이버해킹 테러로 큰 혼란과 함께 피해를 본 금융·방송권에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수습, 복구와 함께 대책마련에 들어갔지만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전산망 복구와 함께 해킹방어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감독당국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해킹피해를 본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제주은행, 농협 생·손보 등은 대부분 복구가 이뤄져 정상영업이 가능하지만 일부는 전산장애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 업무 차질과 이용고객들의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단말기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하는 과정”이라며 “ATM기는 용역업체와 함께 정보기술(IT) 분사에서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창구 단말기 1만3300여 대 가운데 3669대(27.4%), ATM기는 9000여 대 중 2970대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은 정상화됐지만 보안업체인 안랩과 함께 백신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해킹은 장기간 준비된 악성코드로 보여 또 다른 2차 공격의 피해도 우려되면서 은행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거래소와 함께 ‘금융전산위기관리협의회’를 꾸려 사고수습과 대응에 나선 상태다. 금감원은 24시간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모니터링하는 한편, 정보기술검사역을 은행에 투입해 사고원인을 찾고 복구상황을 점검중이다.
방송사들도 손상된 전산망 복구와 함께 주요 서버에 대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KBS 관계자는 “직원 100여 명이 밤샘 작업을 한 결과, 21일 오전 5시쯤 일반 업무용 네트워크 복구를 완료했으며 편성, 광고 등 주요 서버에 대한 치료도 오전 중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역시 직원들 출근 시간에 맞춰 손상된 망에 대한 복구를 마쳤고 현재 사내 컴퓨터의 절반에 해당하는 800대를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와 서버가 복구되더라도 악성코드에 감염돼 부팅이 되지 않는 수천 대의 개별 컴퓨터가 정상 가동될 때까지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일로 전쟁, 천재지변 등 국가 비상상황에 기간시설 역할을 맡아야 할 방송사 전산망이 무방비 상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원 원장은 “폐쇄망이라고 알려진 이란 핵 발전소도 외부 공격에 의해 다운된 적이 있다”며 “사내의 각 서버에 대한 접근 등급을 개별적으로 매기는 등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보안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