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거센 풍파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엔진이 꺼져가는 배. 선장은 새 엔진을 주문하지만 기관사는 꺼져가는 엔진을 살려야 한다고 하고, 저 멀리서는 초대형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엔저 공습, 북한 리스크,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한국경제의 모습이다.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은 부진하고, 침체된 내수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업의 투자의욕은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다.

한국경제가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저성장 국면으로 가라앉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많은 국내외 기관이 연초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쟁적으로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2개월 전인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정부가 올 성장률을 2.3%로 하향 조정했고, 언스트앤영(E&Y)은 2.2%로 끌어내렸다. 이러다간 한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는 그 위기감을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로 표현했다.

박근혜정부가 무역 주도형 경제에서 무역과 내수가 동시에 견인하는 경제로 전환해 ‘성장-일자리-복지’가 연계되는 확대 선순환 균형경제를 정착시키는 비전은 시대적 요구에 합당한 응전(應戰)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고 실천이다. 저성장 경제 고착화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에는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일자리 대타협이다. 이젠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할 때다. 제대로 된 일자리 만들기, 정말 쉽지 않다고. 경직된 노사관계,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권의 독주로는 곤란하다. 일자리를 나누고, 지키는 방안까지 논의를 해야 한다.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업종의 고민을 해결할 획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외국 인력 활용 방안까지 포함돼야 한다.

둘째, 투자심리 회복이다.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옥죄는 규제 강화는 투자심리를 더욱 더 위축시킬 뿐이다. 규제는 그 효과와 비용을 꼼꼼하게 견주어 도입돼야 한다. 그리고 정책 수단은 과잉으로 흐르지 않고 정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규제의 의도도 달성하지 못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수 년 사이에 입법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의 법들이 진정 그들을 제대로 보호했는지 반문해 보라.

셋째, 끌어들이기 성장전략으로, 서비스 빅뱅이다. 인구 5000만, 저출산 고령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외국 자본과 해외 인력, 외국 소비자를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관광·의료·문화산업을 연계하면 한국에서 비행거리 2시간 내에 있는 지갑 두둑한 3억 소비인구 시장이 열린다. 서비스 빅뱅은 ‘투자-고용-소득-소비-시장확대-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해주는 비책이다.

넷째, 금융 분야의 급격한 변동성 대비. 제대로 길을 가다가 일진광풍(一陣狂風)에 휘청거릴 때마다 금융이 문제였다.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확보하고 국제공조 체제를 상시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렵게 차지한 주요 20개국(G20) 경제외교, 더 능동적·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리더십. 아무리 멋진 비전이라도 실천되지 못하면 웅대한 청사진은 서류 위에만 머무를 뿐. 모든 변화에 으레 뒤따르게 마련인 저항(抵抗)을 극복하고 반대(反對)를 설득할 전략과 집요한 추진 의지와 실천력이 관건이다. 일본이 그렇게도 긴 장기불황의 침체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이해집단의 저항을 극복하고 돌파하지 못한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었다. 한국은 다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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