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둘째날 ‘역사 논쟁’ 뿌리 깊은 갈등과 분쟁이 상존하는 동아시아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잇따른 도발로 또다시 뜨거운 역사 전쟁의 한가운데 놓이게 됐다.

1일 열린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주최 ‘아산플래넘 2013- 새로운 무질서’ 둘째날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의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 등 우경화 조짐에 대해 강한 우려심을 표명했다. 미 워싱턴의 대표 정보지 넬슨리포트의 크리스토퍼 넬슨 편집장은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세션에서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역사를 반복하게 마련이라는 명언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알아야만 미래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크 매닌 미국 의회조사국(CRS) 연구원은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으로 촉발된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 및 영유권 문제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미국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은 한·미 동맹과 함께 미·일 동맹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매닌 연구원은 특히 “(일본의 과거사 청산 부진으로 인해) 일본 총리는 방미 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번도 하지 못했지만 5일 방미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 6번째 연설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동아시아 역사 문제에 있어 심판 혹은 중재자로서 일본이 룰을 어기거나 선을 넘었을 때 경고 깃발을 들 것”이라면서 그 예로 미국 정치인들이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내고, 기념비를 세운 일을 언급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판젠창(潘振强) 중국개혁개방논단 상임고문은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에서 ‘일본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며 역사를 회피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설을 발표했는데 이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이 던져 왔던 질문에 대해 이제는 미국도 동참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쓰미 유키(辰巳由紀)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민감하고 복잡한 역사 문제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이러한 이슈를 관리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매닌 연구원의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한국 스스로도 미국과 별개로 동아시아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한·일 양국에 역사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비전이 있는 리더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며 한·중·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진지하게 갈등 해소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매닌 연구원 역시 “일본의 폭주도 문제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손을 잡을 만한 한국 측 파트너가 없다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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