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동부지법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의 사업체를 가로채기 위해 청부업자를 고용해 아내를 살해토록 한 혐의(살인교사)로 기소된 남편 정모(40)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정 씨는 지난해 5월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아내 박모(34) 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청부살인을 계획하고 같은 해 9월 심부름센터 운영자 원모(30) 씨에게 아내를 살해해 줄 것을 주문하며 범행대금으로 1억3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원 씨는 같은 달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박 씨의 사무실 앞에서 박 씨를 납치해 인근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목 졸라 살해한 뒤 경기 양주시 부근 야산 계곡에 사체를 유기했다.
지난 5월에는 선금을 받은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청부살인을 완수하기 위해 세 차례나 살인을 시도한 사건도 있었다. 부산진경찰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오피스텔 분양권을 차지하려고 오피스텔 소유주 박모(51) 씨의 청부살인을 의뢰한 혐의(살인교사)로 시행사 대표 김모(48)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 씨의 의뢰를 받고 박 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미수)로 조모(28)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김 씨는 조 씨에게 약 1억 원을 선금으로 지급했고 조 씨 일당은 교통사고로 위장해 두 차례, 폭행으로 한 차례 박 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경찰에 붙잡혔다.
불륜을 잡아내기 위해 직원 수십 명을 고용하고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심부름센터도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월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포착해 달라는 의뢰인에게 돈을 받고 사생활을 조사한 혐의(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로 심부름센터 업주 이모(여·51) 씨를 구속하고 직원 2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며 의뢰인 130여 명의 배우자 불륜 여부를 조사했다. 이 씨는 피해자 차량 밑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미행하고 카메라를 설치해 불륜으로 의심되는 현장을 찍은 사진을 의뢰인에게 제공해 건당 하루 50만∼100만 원씩 챙겼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들이 개인 간 갈등이나 문제 해결에만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역 농협조합장 선거 때면 ‘성수기’를 맞는다. 특정 후보의 불법 유세현장을 포착해달라는 의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에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A 씨는 “보통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1∼2개월 전부터 의뢰가 들어온다”며 “캠프 관계자들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공중전화나 대포폰으로 상대 후보 측의 금품 살포, 음식 제공 등 선거법 위반 행위를 포착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심부름센터는 불법행위의 대가로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50만∼60만 원의 보수를 받고 업무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성공수당을 챙긴다. 최근 확인된 청부살인 사건의 경우 대부분 1억 원을 넘는 금액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2분 간격으로 이동경로를 전송받는 위치추적기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캠코더 내장 안경, 라이터형 초소형 카메라 등 최첨단 기기를 사용하고 개인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택배회사 전산망에 몰래 접근하거나 스마트폰 정보를 빼내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찰이 심부름센터의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의뢰인 요청에 따라 특정인의 소재지나 사생활을 불법으로 조사한 업체들이 무더기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1∼3월 경찰은 전국 1574개(2012년 말 기준) 심부름센터에 대해 불법행위 특별 단속을 실시해 24건의 불법 행위에 연루된 137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단속된 불법 행위는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 등 사생활을 불법 조사하다 적발된 사례가 16건(67%)으로 가장 많았고, 피해자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위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사례가 4건, 취득한 개인정보를 누설한 사례가 3건, 불법 채권추심 사례 1건 등이었다. 특히 서울 소재 경찰서에 적발된 심부름센터 의뢰인 52명 중 80%인 42명이 여성들이었으며 주로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사생활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며 사립탐정 등 새로운 일자리 발굴을 언급해 음지에서 활동 중인 심부름센터가 양성화될지 주목된다. 현재 적잖은 사람들이 실종가족 찾기나 민사 분쟁상 사실관계 조사를 심부름센터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지만 현재 국내에서 이런 민간조사 활동이 금지돼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법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민간조사업을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고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도 국가가 관리하는 합법적인 민간조사 업체에 사실 조사를 맡길 수 있다”며 “외국은 이미 탐정이나 민간조사 활동이 대부분 합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박준희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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