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대로 통과 사례 드물어 의원 발의 법안은 폭증세 “행정부, 국회 집행기구化”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압도하는 행태가 지속되면서 갈수록 비대해지는 국회권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권 당·정·청의 주문대로 국회 입법이 이뤄져 ‘통법부’나 ‘거수기’로 불리던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의원발의 법안이 폭증하고 있고, 정부 제출 법안도 의원들의 ‘입맛’대로 수정돼 원안대로 통과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상호견제·균형의 삼권분립 원칙이 무너져 ‘행정부가 국회의 집행기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화학물질관리법’이 대표적이다. 유해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사고 책임 업체에 물리는 과징금 기준을 ‘기업 전체 매출의 10% 이하’로 정한 의원발의 법안이 상정됐다. 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환경부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이, 환노위는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해 버렸다. 거센 논란 끝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과징금 기준을 ‘해당 사업장 매출의 5% 이하’로 수정했다. 국회가 정부와 관련업계의 의견보다 대중의 막연한 공포감에 우선적으로 반응해 산업 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정책을 결정해 버린 것이다.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주중 휴일을 주자는 대체휴일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내 논의가 숙성되지 않은 가운데 국회에서 먼저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정부는 “국정과제 간의 조율,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에서 덜컥 의결해 버렸다. 이후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9월 정기국회로 미뤄졌지만 국민생활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정책이 입법권에 따라 좌우되고, 정부는 뒷설거지를 하는 패턴을 보여준 것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당초 대통령 공약에 포함돼 정부안이 있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선 의원 발의안이 주도했다.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들어 있는 ‘하도급법’ 등이 그런 사례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국회가 손쉬운 의원발의를 통해 국가의 장래를 고려하기보다 지지표 확보에 주안점을 둔 정책을 만들어낼 경우 국가 운영의 프레임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
집권 당·정·청의 주문대로 국회 입법이 이뤄져 ‘통법부’나 ‘거수기’로 불리던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의원발의 법안이 폭증하고 있고, 정부 제출 법안도 의원들의 ‘입맛’대로 수정돼 원안대로 통과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상호견제·균형의 삼권분립 원칙이 무너져 ‘행정부가 국회의 집행기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화학물질관리법’이 대표적이다. 유해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사고 책임 업체에 물리는 과징금 기준을 ‘기업 전체 매출의 10% 이하’로 정한 의원발의 법안이 상정됐다. 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환경부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이, 환노위는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해 버렸다. 거센 논란 끝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과징금 기준을 ‘해당 사업장 매출의 5% 이하’로 수정했다. 국회가 정부와 관련업계의 의견보다 대중의 막연한 공포감에 우선적으로 반응해 산업 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정책을 결정해 버린 것이다.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주중 휴일을 주자는 대체휴일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내 논의가 숙성되지 않은 가운데 국회에서 먼저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정부는 “국정과제 간의 조율,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에서 덜컥 의결해 버렸다. 이후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9월 정기국회로 미뤄졌지만 국민생활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정책이 입법권에 따라 좌우되고, 정부는 뒷설거지를 하는 패턴을 보여준 것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당초 대통령 공약에 포함돼 정부안이 있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선 의원 발의안이 주도했다.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들어 있는 ‘하도급법’ 등이 그런 사례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국회가 손쉬운 의원발의를 통해 국가의 장래를 고려하기보다 지지표 확보에 주안점을 둔 정책을 만들어낼 경우 국가 운영의 프레임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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