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세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해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하라는 처방을 내리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 배경은 한마디로 ‘증세(增稅)’다. 세목별로 대별하면 두 가지다. 우선 , 가장 많이 증세되는 세목은 법인세다. 비과세 및 감면 조항이 폐지됨에 따라 법인세는 1조 원 정도 증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의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는 없고, 소득세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세율 인상이 없으므로 그 심각성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가 세 부담 낮추기 조세 경쟁을 하는 세목에서 세 부담을 오히려 더 키웠다는 데 있다. 기업을 부자와 같은 범주에 넣고 세 부담의 형평성 운운하는 우리의 풍토 때문이다. 법인세는 기업이 부담하는 게 아니고, 국민 전체가 부담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선진국은 단일세율을 채택하고 있다. 형평논리를 적용할수 없고 경제성장을 위한 대표적인 세목이 법인세다.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법인세를 인상하는 이번 세법 개정안의 심각성에 대해선 관심도 없으며, 오로지 내 지갑과 직접 관계가 있는 소득세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또 하나 증세 부담이 큰 세목은 소득세다. 소득세제는 상대적으로 적용 대상이 많아 형평논리가 많이 작동하는 세목이다. 그래서 이번 세법 개정안에선 고소득 계층에 유리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꿨다. 의료비와 교육비 등은 근로활동을 위한 비용 개념이므로 소득공제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만,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에 유리하므로 세액공제 제도로 바꾼 것이다.
결국 증세되는 소득세와 법인세 두 세목 중 법인세는 ‘다수 중산층’의 불만에 찬 목소리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중산층이 허리를 펴게 하려면 소득세 부담을 줄여야 하고, 기업을 살리려면 법인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무상복지 실현을 위한 재원 확충과 상충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증세’로 가닥 잡은 것은 무상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선 당연한 정책 방향이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무상복지가 정치 상품으로 나왔고, 국민은 무상복지를 선택했다. 따라서 이번 세법 개정안은 무상복지 실현을 위한 계산서를 국민에게 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증세’라고 알려지자 조세 저항이 대단하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자명한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 근본 원인은 정부의 언어 사용 꼼수에 있다.
박근혜정부는 대선 기간부터 줄기차게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지만, 국민은 ‘공짜 복지’가 가능한 줄로 알았다. 반면 정부의 증세 논리는 ‘세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율 인상이 없다’는 의미였다. 세금은 과세 기반과 세율에 의해 결정된다. 비과세 및 감면 철폐는 과세 기반을 넓히는 정책이므로 세율 인상이 없어도 세액은 늘어난다. 이른바 ‘증세’다. ‘세금이 많아진다’는 것과 ‘증세’는 결국 같은 의미이므로 이제 언어의 유희는 그만둬야 한다.
세금정책은 복지정책 방향과 연계해서 평가해야 한다. 지금처럼 복지정책 방향과 연계하지 않고 세금정책만 놓고 평가하면 증세하는 모든 세금은 나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세법 개정안은 무상복지 정책과 연계해서 평가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선택한 국민은 지금 지갑을 열어 그 계산서대로 지불을 해야 할 때다. 만약 세금 인상이 싫다면 무상복지를 거부해야 한다.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 대상은 ‘증세 없이 무상복지를 폐지하는 안’과 ‘세금 인상을 통한 무상복지 정책안’이다. 무상복지 정책과 증세 없는 세법 개정안을 정책 조합하는 건 논리에도 맞지 않고, 실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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