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영등포구 안양천변 오목교 밑 게이트볼장에서 구 게이트볼연합회 소속 어르신들이 게이트로 볼을 굴리고 있다. 구내 안양천변에는 총 8개의 게이트볼장이 조성돼 있다. 김동훈 기자dhk@munhwa.com
21일 서울 영등포구 안양천변 오목교 밑 게이트볼장에서 구 게이트볼연합회 소속 어르신들이 게이트로 볼을 굴리고 있다. 구내 안양천변에는 총 8개의 게이트볼장이 조성돼 있다. 김동훈 기자dhk@munhwa.com
영등포구 내 안양천변에는 9.3㎞의 산책로 겸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다.
영등포구 내 안양천변에는 9.3㎞의 산책로 겸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다.
우리동네 생활체육 명소-영등포구 안양천변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서울 전역이 폭염에 시달리던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안양천변 오목교 밑에 설치된 게이트볼장에는 40∼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양손으로 스틱을 잡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볼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부 어르신들은 30분간의 게이트볼 한 판을 끝내고 삼삼오오 모여 수박과 떡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곳 게이트볼장은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 찌는 듯한 무더위를 식혀주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운동 후의 상쾌함을 만끽하며 행복감이 묻어나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영등포구에는 총 704개의 야외 체육시설이 조성돼 있다. 특히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구 관내 안양천변에는 8곳의 게이트볼장을 비롯해 축구장(6곳), 족구장(3곳), 농구장(1곳), 인라인스케이트장(1곳) 등 다양한 생활체육 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104개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이 중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곳이 바로 오목교 밑 게이트볼장이다. 구 게이트볼연합회의 전용 공간인 이곳은 지난 2002년 꾸며졌다. 박주환(67) 연합회 회장에 따르면 1992년 출범한 연합회는 전용 공간이 없어 지역 곳곳을 떠돌다가 10년 만에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박 회장은 “게이트볼은 1990년대 연합회 창설 당시 40대로 제일 막내였던 내가 60대가 될 때까지 25년 넘게 이어져온 영등포 주민들의 대표 체육 활동”이라며 “여기 모인 노인들은 정서적으로 풍요롭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5년 전 심근경색으로 대수술을 받은 그는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수술 직후 거동이 쉽지 않았으나 다시 게이트볼장에 나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게이트볼은 몸에 많은 무리가 가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며 “게이트볼장에 나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에는 박 회장과 같이 건강이 좋지 않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게이트볼을 통해 풍요롭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노년의 외로움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트볼의 장점은 첫째, 끊임없이 걷고 공을 줍기 위해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운동이 된다. 둘째, 스틱으로 공을 쳐서 4개의 게이트를 통과시키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발휘된다. 셋째, 골프와 비슷해 보이지만 개인종목인 골프와는 달리 게이트볼은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단체운동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 전영란(71) 구 게이트볼연합회 여성위원장은 “게이트볼은 나의 삶이고 직장”이라며 “운동이 나를 이팔청춘으로 만들어 준다”고 강조했다.

이상면(73) 심판위원장은 “당구와 게이트볼을 제외한 구기 종목은 움직이는 공을 타격하는 운동이라 순발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노인들이 하기엔 너무 과격하다”며 “게이트볼은 운동도 되면서 무리하게 신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노인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을 마치고 강바람을 맞으며 동료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던 박양수(여·77) 씨는 “이렇게 나와 운동을 하니까 깊은 잠을 못 자는 내 또래들과는 달리 나는 아주 숙면을 한다”며 “내 나이 되고도 다리가 이렇게 성한 걸 또래들이 부러워하는데 다 매일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매일 오후 1시쯤 여의도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목교 게이트볼장을 찾는다. 하루 4∼5시간 정도를 연합회원들과 어울리며 게이트볼을 치다가 저녁 시간 즈음 귀가한다. 그는 “물론 계속 운동만 하는 건 아니고 한 게임, 두 게임 하고 체력이 달리면 이렇게 앉아서 다른 사람이 게임하는 걸 참관도 하고 수다도 떨고 간식도 나누어 먹는다”며 “우리 나이가 되면 노인정에 가서 화투 치고 노래 부르면서 하루를 보내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이렇게 나와 운동을 하는 게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게이트볼 연합회는 서울시 게이트볼 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또 전국대회에서도 여러 번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25년 동안 게이트볼을 해왔다는 이명수(88) 연합회 초대 회장의 부인 박찬희(87) 씨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피부가 곱고 낯빛이 좋다. 박 씨는 “부부가 오랜시간 함께 운동을 하다보니 이 나이까지 어디 아픈 데가 없고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고 꼿꼿하다”며 “우리는 설날만 빼고, 364일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구 곳곳에 마련된 체육공간은 주민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간 화합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구는 2014년 제2구민체육센터를 완공, 주민들이 더 활발하게 생활체육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생활체육은 주민들의 체력을 보강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여가문화를 형성해 삶의 질 또한 향상시킨다”며, “내년에 준공되는 제2구민체육센터 운영 등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구민들의 건강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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