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3시 삼청공원 족구장에서는 지역 주민 20여 명이 모여 신나게 족구를 즐기고 있었다. 1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삼청족구회’ 회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활력 넘치는 표정으로 환한 웃음을 보였다.
두 시간 넘게 족구를 하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엔 땀방울이 가득하고, 유니폼은 다 젖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지친 기색 없이 날아오는 공을 응시하며 몸을 날린다. “여기로!” “공 넘겨!” “어이쿠!” “잘했어!” 경기 중간중간 여기저기서 경쾌한 추임새가 터져 나오고,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삼청공원의 대표적인 체육 동호회인 삼청족구회에는 30대부터 7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 43명이 참여하고 있다. 나이에 따라 체력에는 차이가 있지만 경기에 대한 몰입도는 모두들 한결같이 높다.
서울 종로구에는 삼청공원을 비롯해 총 26곳의 운동공간이 조성돼 있다. 종로구는 초고층 오피스빌딩들이 밀집해 있고 유동인구가 많아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진 않은 환경이지만 동네 요소요소에 아기자기한 체육시설이 마련돼 주민들이 생활체육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나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38만735㎡로 그리 크지 않은 면적의 삼청공원만 하더라도 32개의 운동기구와 맨발지압로가 갖춰져 있으며 한양도성 성곽길로 이어지는 약 1.4㎞의 트레킹 코스도 조성돼 있다.
삼청족구회는 매주 화·금·토요일에 정기 모임을 갖지만 운동을 즐기는 회원들은 매일 공원에 나와 족구 게임을 한다. 박재용(58) 삼청족구회 회장은 삼청동에서 45년째 살고 있는 동네 토박이다.
또 대부분 회원들이 30∼40년 알고 지낸 이웃사촌이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서울에서는 이웃 간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낼 정도의 전통마을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삼청동은 아직도 그런 온기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최근 들어 삼청동은 서울의 타 지역에 비해 주민들이 고령화돼 이런 정감 있는 동네 분위기가 이어져 나가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활체육이 주민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삼청족구회는 활발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함께 체육활동을 하다 보면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화합하게 된다”며 “최근에 30∼40대의 젊은 회원 10여 명이 족구회에 들어와 더욱 활기가 넘친다”고 소개했다.
삼청동 주민 수는 3400여 명으로 종로구 18개 법정동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지만 올해 구 체육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박 회장은 “다른 동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경쟁력 면에서 우리가 열세였지만 삼청동 주민들은 족구를 통해 체력과 협동심을 단련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공기 좋은 곳에서 운동하다보니 회원들 모두 또래에 비해 훨씬 건강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3시간 넘게 족구를 한 유강연(62) 씨는 “족구는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면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다”며 “운동을 마치고 회원들과 한잔 걸치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청공원에서 이어지는 한양도성 성곽길은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생활체육 공간이다. 푸른 녹음을 벗 삼아 성곽길을 걷다보면 슬슬 땀이 나지만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면 이내 땀이 식으며 삼림욕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삼청동 구간뿐 아니라 이화동·창신동을 지나는 성곽길에는 다양한 체육시설과 운동기구 등이 마련된 낙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낙산공원에는 발 아래로 펼쳐진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운동을 즐기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성곽길에서 만난 한 50대 주부는 “집 주변에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져 있어 정말 좋다”며 “매일 이 길을 걸으며 건강을 지키고, 힐링을 통해 마음을 맑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삼청공원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 없다”며 “앞으로는 공원 내에 있는 체육시설을 이용해 다양한 운동을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삼청공원은 도심에서 운동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훌륭한 생활체육 공간”이라며 “우리 구에서는 주민들이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구청장은 이어 “앞으로도 주민들이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도 운동을 생활화해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생활체육시설을 꾸준히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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