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국제부장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문제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서울 거리에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한 미·일공동성명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비판하는 시위가 등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같은 반일시위가 반미시위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때부터 축복을 받은 정부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 간 급증했던 반미정서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후 눈녹듯 사라졌고 대미 호감도는 치솟았다. 더욱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군대위안부 문제를 전쟁기 여성인권문제로 접근하고, 국제무대에서 해결을 촉구하면서 한·미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시아로 외교 중심축을 이동하겠다는 ‘피벗 투 아시아’를 발표했을 때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갈 경우 한·미·일 협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이명박정부 말기에 한·일 양국이 군사보호협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엔 그런 낙관론이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2기 들어 아시아통들이 퇴장하고 측근들이 외교 전면에 포진하면서 이 같은 기류가 역전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731’이 쓰인 훈련기에 탑승하고 도쿄(東京)전범재판의 정당성을 부정해도 미국측은 비판하지 않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나치식 개헌을 얘기해도, 미국이 약해졌기 때문에 일본의 군사력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호전적 언사를 해도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모든 소동이 끝난 뒤 기다렸다는 듯이 미·일공동성명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확대 지지라는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미국의 외교학자 마이클 맨들바움은 ‘근검한 슈퍼파워(The Frugal Superpower)’라는 책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는 이유를 “일본의 침략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홋카이도(北海)대 법학부 교수도 “미·일 안보는 일본의 군사적 폭주를 막는 병마개”라고 설명하는데 같은 맥락의 얘기다.
과거 역사를 보면, 미국이 대일 병마개 역을 방기할 때 동북아는 풍파를 겪었다. 부시 행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병마개 역할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한·미관계는 물론 한·일관계, 중·일관계는 큰 시련을 겪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 국면의 대일외교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천문학적 국가채무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해도 미국은 여전히 슈퍼파워다. 일본의 진보 지식인들은 미국이 일본의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지지율(55%)이 공산당, 민주당 등 모든 야당 지지율을 합한 수치(18%)의 3배가 넘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나라는 미국뿐이라는 것이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 후 뚜렷해지는 극우 정서에 편승하고 있는 아베 총리를 제어할 힘은 오바마 대통령이 갖고 있다. 국가부채를 이유로 역사문제에 눈감은 채 일본의 우익군사주의를 방관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아시아로 복귀하는 길이 아니라 아시아 우방들을 친중국화로 내모는 길이다.
musel@munhwa.com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문제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서울 거리에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한 미·일공동성명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비판하는 시위가 등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같은 반일시위가 반미시위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때부터 축복을 받은 정부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 간 급증했던 반미정서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후 눈녹듯 사라졌고 대미 호감도는 치솟았다. 더욱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군대위안부 문제를 전쟁기 여성인권문제로 접근하고, 국제무대에서 해결을 촉구하면서 한·미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시아로 외교 중심축을 이동하겠다는 ‘피벗 투 아시아’를 발표했을 때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갈 경우 한·미·일 협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이명박정부 말기에 한·일 양국이 군사보호협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엔 그런 낙관론이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2기 들어 아시아통들이 퇴장하고 측근들이 외교 전면에 포진하면서 이 같은 기류가 역전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731’이 쓰인 훈련기에 탑승하고 도쿄(東京)전범재판의 정당성을 부정해도 미국측은 비판하지 않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나치식 개헌을 얘기해도, 미국이 약해졌기 때문에 일본의 군사력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호전적 언사를 해도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모든 소동이 끝난 뒤 기다렸다는 듯이 미·일공동성명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확대 지지라는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미국의 외교학자 마이클 맨들바움은 ‘근검한 슈퍼파워(The Frugal Superpower)’라는 책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는 이유를 “일본의 침략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홋카이도(北海)대 법학부 교수도 “미·일 안보는 일본의 군사적 폭주를 막는 병마개”라고 설명하는데 같은 맥락의 얘기다.
과거 역사를 보면, 미국이 대일 병마개 역을 방기할 때 동북아는 풍파를 겪었다. 부시 행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병마개 역할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한·미관계는 물론 한·일관계, 중·일관계는 큰 시련을 겪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 국면의 대일외교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천문학적 국가채무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해도 미국은 여전히 슈퍼파워다. 일본의 진보 지식인들은 미국이 일본의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지지율(55%)이 공산당, 민주당 등 모든 야당 지지율을 합한 수치(18%)의 3배가 넘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나라는 미국뿐이라는 것이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 후 뚜렷해지는 극우 정서에 편승하고 있는 아베 총리를 제어할 힘은 오바마 대통령이 갖고 있다. 국가부채를 이유로 역사문제에 눈감은 채 일본의 우익군사주의를 방관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아시아로 복귀하는 길이 아니라 아시아 우방들을 친중국화로 내모는 길이다.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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