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경제산업부 부장대우
개구리는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넣으면 재빨리 냄비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나 찬물에 넣고 조금씩 온도를 올리면 그 개구리는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해 결국 뜨거운 물에 익혀 죽게 된다. 지난 4월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한국경제가 부닥칠 ‘저성장의 덫’을 경고하며 비유한 것이다. 당면한 위기가 진짜 위기인 줄 모르는 현상을 ‘냄비 속 개구리’로 비꼬았다. 최근에 또 한 마리 개구리가 등장했다. 배고픈 개구리 앞에 뭔가 움직이는 게 나타났다.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리(이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뱀(손실)일 수도 있다. 개구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불확실성을 탓하며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더 섬세하고 과단성 있게 나아가 먹잇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29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이 기업가정신을 비유한 ‘배고픈 개구리’이야기다. 두 개구리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다. 하지만 앞뒤 맥락이 연결된다. 냄비 속 개구리의 신세가 결국은 배고픈 개구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오해가 저성장의 덫을 놓는 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흔히 불확실성에 맞서는 도전과 과거의 틀을 깨는 과감한 혁신을 말한다. 이를 경제학의 개념으로 설명한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자(creative destructor)’, 프랭크 나이트의 ‘불확실성을 짊어진 자(uncertainity bearer)’, 이스라엘 커즈너의 이윤추구 기회의 ‘발견자(discoverer)’ 등 각기 기업가정신의 표현은 다르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방식을 기업가정신의 줄기로 잡고 있다. 이 가운데 커즈너는 기업가이론을 세분화해 두 가지 오류를 구분했다. 하나는 지나친 낙관주의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웠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지나친 비관으로 이윤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시도하지 않아 기회를 날리는 경우다. 여기서 두 번째 오류는 기업가들의 의욕을 꺾는 정책들에 의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소장의 진단이다. 기업가의 이윤추구 활동을 탐욕스러운 것으로 보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그 이윤에 대해 ‘거침없이’ 과세하는 것이다. 특히 경기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가 더 큰 문제다. 당연히 현금 수요가 높은 상황인데,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에 나서라고 독려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다. 배고픈 개구리가 조심스럽게 나아가 초감각의 혀로 먹잇감을 낚아채도록 유인하려면 이윤에 대한 동기부여가 돼야 하는 것이다.
지난 29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대 그룹 사장을 모아놓고 “올해 투자계획을 100% 이행하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30일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나서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거의 ‘압박’ 수준이다. 기업들은 ‘갑’의 면전에서 되받을 수 없어 “계획대로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사석에서 만나면 주저없이 “정부가 한쪽으론 손목 비틀고, 다른 쪽으론 손 벌린다”고들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본격화된 기업규제·세무조사·기업수사의 ‘3중고’가 8개월을 넘어섰는데, 기업들이 투자 얘기만 꺼내면 발끈하는 진짜 이유를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oshun@munhwa.com
개구리는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넣으면 재빨리 냄비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나 찬물에 넣고 조금씩 온도를 올리면 그 개구리는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해 결국 뜨거운 물에 익혀 죽게 된다. 지난 4월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한국경제가 부닥칠 ‘저성장의 덫’을 경고하며 비유한 것이다. 당면한 위기가 진짜 위기인 줄 모르는 현상을 ‘냄비 속 개구리’로 비꼬았다. 최근에 또 한 마리 개구리가 등장했다. 배고픈 개구리 앞에 뭔가 움직이는 게 나타났다.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리(이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뱀(손실)일 수도 있다. 개구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불확실성을 탓하며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더 섬세하고 과단성 있게 나아가 먹잇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29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이 기업가정신을 비유한 ‘배고픈 개구리’이야기다. 두 개구리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다. 하지만 앞뒤 맥락이 연결된다. 냄비 속 개구리의 신세가 결국은 배고픈 개구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오해가 저성장의 덫을 놓는 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흔히 불확실성에 맞서는 도전과 과거의 틀을 깨는 과감한 혁신을 말한다. 이를 경제학의 개념으로 설명한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자(creative destructor)’, 프랭크 나이트의 ‘불확실성을 짊어진 자(uncertainity bearer)’, 이스라엘 커즈너의 이윤추구 기회의 ‘발견자(discoverer)’ 등 각기 기업가정신의 표현은 다르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방식을 기업가정신의 줄기로 잡고 있다. 이 가운데 커즈너는 기업가이론을 세분화해 두 가지 오류를 구분했다. 하나는 지나친 낙관주의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웠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지나친 비관으로 이윤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시도하지 않아 기회를 날리는 경우다. 여기서 두 번째 오류는 기업가들의 의욕을 꺾는 정책들에 의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소장의 진단이다. 기업가의 이윤추구 활동을 탐욕스러운 것으로 보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그 이윤에 대해 ‘거침없이’ 과세하는 것이다. 특히 경기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가 더 큰 문제다. 당연히 현금 수요가 높은 상황인데,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에 나서라고 독려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다. 배고픈 개구리가 조심스럽게 나아가 초감각의 혀로 먹잇감을 낚아채도록 유인하려면 이윤에 대한 동기부여가 돼야 하는 것이다.
지난 29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대 그룹 사장을 모아놓고 “올해 투자계획을 100% 이행하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30일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나서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거의 ‘압박’ 수준이다. 기업들은 ‘갑’의 면전에서 되받을 수 없어 “계획대로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사석에서 만나면 주저없이 “정부가 한쪽으론 손목 비틀고, 다른 쪽으론 손 벌린다”고들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본격화된 기업규제·세무조사·기업수사의 ‘3중고’가 8개월을 넘어섰는데, 기업들이 투자 얘기만 꺼내면 발끈하는 진짜 이유를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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