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독정마을의 배 과수원에서 이정근(오른쪽 두 번째) 사람인에이치알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배를 따고 있다. 안성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지난 11월 2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독정마을의 배 과수원에서 이정근(오른쪽 두 번째) 사람인에이치알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배를 따고 있다. 안성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23) 경기 안성 서운면 독정마을“배나무 열매의 꼭지를 떼지 말고 위로 살짝 올렸다가 잡아당기세요. 썩은 건 버리고 나머지는 따서 노란 컨테이너에 담으면 됩니다.” (마을주민 김정용 씨) 지난 11월 2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독정마을의 배 과수원. 6000㎡나 되는 드넓은 과수원 앞에서 작업복 차림을 한 이정근 사람인에이치알 대표를 비롯한 직원 40명이 마을주민에게 배 수확작업 방법을 듣고 있었다. 이들 앞엔 수확한 배들을 담기 위한 15㎏짜리 노란 컨테이너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이 대표와 직원들은 컨테이너 여러 개를 나눠 들고 사방으로 흩어져 배 따기 작업을 시작했다. 겉으로 볼 때는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게 단순한 작업 같아 보였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수백 그루에 달하는 배나무에 다니면서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건 사다리에 올라가 수작업을 해야 했다. 수확작업이 익숙지 않다 보니 배를 따다가 떨어뜨리는 직원들도 있었다. 노란 봉투에 싸인 배는 신고, 하얀 봉투에 싸인 배는 원앙종인데 두 종은 별도로 분류해 컨테이너에 넣어야 했다.

1시간여의 작업 끝에 커다란 컨테이너 20여 개가 가득 찼다. 하지만 무게가 너무 무거워 남성 직원 4명이 힘을 합쳐야 겨우 과수원 입구로 운반할 수 있었고, 운반작업에만 20여 분이 소요됐다. 사람인 직원들이 수확작업에 가세한 덕분에 평소의 2배가 넘는 수확량을 땄다고 한다. 배는 차량을 통해 포장장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수확한 배가 담긴 컨테이너가 포장장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본 후 직접 딴 배를 하나 베어 먹으며 “올해 배는 평생 먹었던 배 중 가장 달고 물도 많은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수확에 참여한 임민욱 홍보팀장도 “몸은 힘들지만 농촌마을에서 정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며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배 수확작업을 계속하고 있던 최경운(33) 헤드헌팅사업본부 선임은 “배를 좋아했지만 수확은 처음일뿐더러 배나무가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다”며 “맛있는 배를 수확할 수 있어 힘은 들지만 기분이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자 마을회관엔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고추와 된장, 김치, 장아찌가 주축이 된 맛있는 밥상이 직원들 앞에 펼쳐졌고, 마을주민들과 직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된 수확작업으로 인한 허기짐을 달랬다.

배 수확을 마친 오후, 사람인 직원들은 들깨밭으로 이동했다. 들깨밭엔 쌀포대 여러 개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들깨나무 가지들이 있었다. 밭에서 낫으로 베어 온 들깨를 수확하기 위해 펼쳐 놓은 것. 들깨나무 줄기 꼬투리를 도리깨로 쳐야 비로소 우리가 먹는 들깨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도리깨를 든 직원들이 들깨나무 줄기를 사정없이 내리치자 들깨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들깨 수확작업에 참여한 헤드헌팅사업본부 성봉선(여·26) 씨는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힘이 없느냐고 주민에게 핀잔을 들었다”며 “요령껏 쳐야 하는데 힘껏 쳐도 좀처럼 들깨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은 이 같은 사람인 직원들의 활동에 매우 고맙다는 반응이다. 박용무(78) 노인회장은 “농촌에 노인들만 있어서 일손이 부족한데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며 “자매결연을 맺어 젊은 분들이 많이 일손을 도우러 와서 마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례(82) 할머니도 “젊은 사람들이 너무 애를 써주니까 고맙다”며 “사람인 직원들 덕분에 마을이 활기차진 것 같다”고 전했다.

사람인에이치알은 지난 5월 11일 독정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 오고 있다. 교류 당일엔 마을의 감자밭에서 감자 심기 및 배 과수원에 거름을 주는 봉사활동을 통해 농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 10월엔 마을회관에 노래방기기를 기증하고 환경정화활동에 나서는 등 마을주민들의 복지 및 여가생활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안성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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