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론 영·獨 라일리 개인전화면에 구기듯 눌러 붙인 알루미늄포일이 올록볼록 질감을 드러냈다. 불 끄는 소방기로 물감을 뿌리고 라커, 물감을 덧칠했다. 함석판 위에 오토바이의 바퀴 자국으로 둥근 곡선을 그렸다. 매끈하게 다듬은 자동차 부품은 벽면에 매단 조각의 소재가 됐다.

현대인과 친숙한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소재와 기법을 실험하고 도전해온 해외 신진스타작가들이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미국 출신 작가 에론 영(41)의 개인전은 15일까지 갤러리 2관에서, 독일 출신인 안젤름 라일리(43)의 전시는 3관에서 이달 말까지 열린다. 비슷한 시기의 개별전시를 통해 40대의 두 작가는 자동차, 산업폐기물 등을 활용해 동시대와 도시인의 삶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인다. 21세기 대중사회와 소비시대를 은유하고 비트는 작품들이다.

에론 영의 경우 오토바이 바퀴 자국을 드러낸 ‘번 아웃’ 시리즈 및 광택 나는 자동차 금속부품을 사용한 미니멀 조각을 발표한다.

‘번 아웃’ 작품에서 함석판에 칠한 물감은 바퀴와 마찰하면서 독특한 질감과 색의 곡선을 이뤄낸다. 또 벽면의 금속조각은 머스탱, 콜벳 등 미국남성들이 열광하는 클래식스포츠카의 스포일러 조각(고속 주행 때 전복되지 않도록 차량 후미에 단 부품)에 자동차 도료를 칠한 뒤 3∼4개를 겹겹이 쌓아올린 작품이다. 작가는 대중문화와 남성성의 상징이자 기성문화에 대한 반항적 창구로 자동차를 주목한다. 할리우드 스타 제임스 딘이 차 사고로 사망했을 때 탔던 동일모델의 자동차를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깊이 판 웅덩이에 추락시키는 퍼포먼스의 90초 영상도 눈길을 끈다.

안젤름 라일은 서울 전시장에 도시 폐기물을 끌어들인 대형작품을 직접 설치했다. 베를린 작업실에서 챙겨온 부서진 액자를 비롯해 서울서 수집한 찌그러진 차량, 철망, 키보드와 공업용 부품을 뒤섞고 쌓아올린 뒤 군데군데 반짝거리는 네온등을 더했다.

폐자재더미 같은 설치작품 외에 신작 알루미늄포일 작품(사진), 물감이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흐르는 듯한 ‘드리핑회화’와 조각을 한 공간에서 전시 중이다. 도시문명의 부산물이자 현대일상의 거울 같은 설치작품은 벽면의 알루미늄포일 작품의 투명한 틀 위로 투영되고, 네온빛의 반짝임에 따라 오묘하게 이미지가 변모한다. 스페인 조각가 호르헤 데 오테이사를 기리는 작가의 신작은 색면 거울과 아크릴글라스로 이뤄진 기하학적 추상 조각이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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