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지난 9월 말∼10월 초 중국으로 도피해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북 노동당 행정부 소속으로 인민군 상장(중장) 계급장을 받은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0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에 망명한 장성택의 측근은 노동당 행정부 소속으로 외화벌이와 비자금 관리를 했으며 노동당 행정부 소속이면서 인민군 상장”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 인물은 그 동안 중국은 물론 홍콩과 마카오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외화벌이 업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이 망명 사실 자체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밝혀온 가운데 이같이 구체적인 신분과 직함 및 활동 내역까지 알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남·북·미·중 등 관련국 간에 치열한 물밑첩보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 인사의 신병문제를 놓고 남북은 물론 중국과 미국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인사가 아직 망명국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소식통은 “이 인사가 아직 망명에 관해 결심을 못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비자금과 관련된 통장 등도 들고 나왔으나 인출은 막혀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인사가 중국 공안당국에 한국 망명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망명지를 미국으로 바꿨지만, 중국측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도 이미 나와 있다.

이 측근은 그 동안 평양과도 계속 연락하며 북한 행도 저울질해 왔지만, 최근 북·중 간 통신 감청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어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중국에 도피한 장성택의 측근이 여러 명 된다는 얘기도 현지에서 들리고 있다”면서 “이들은 모두 현재의 북한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이유로 숙청한 장성택을 비판하는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장성택의 해임을 결정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이 전체 당원과 주민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장성택과 측근들을 ‘미꾸라지’ ‘쥐새끼 무리’ ‘짐승’ ‘인간오작품’(잘못 만든 제품) ‘인간추물’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을 소개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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