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정도의 연습이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연기지도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궁금했다. 아버지역을 맡은 1학년 정민(17) 군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로 변신해 연기를 한다는 게 흥미롭다”면서 “확실히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니 연기력이 쑥쑥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실 뒤편에서 연습장면을 모니터링하던 이건천(53) 교사는 “연기지도를 해주니 아이들의 습득속도가 빠르다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천외고에 도움을 주고 있는 제이컴퍼니는 청소년 공연활동 지원과 젊은 공연예술인 양성을 취지로 창업한 기업이다.
이처럼 일선학교에 초빙돼 전문강사로 학생들을 무료 지도해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데에는 한화생명의 역할이 컸다. 한화생명이 올해부터 새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사단법인 씨즈와 손잡고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을 위한 청년창업 지원사업인 ‘SEEKERS(씨커스)’에 나섰기 때문. 정 대표도 이번 사업의 수혜자 가운데 한 명이다. 정 대표는 인천지역에 버려진 공간을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꿔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청소년 탈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단초가 되고 싶어 제이컴퍼니를 창업했고 씨커스에 선정됐다. 그는 “선배창업가인 멘토들과 일대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꿈에 대한 확신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씨커스는 이처럼 지역의 청년 창업도 돕고 사회복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양수겸장’형 사회공헌활동이란 점에서 돋보인다. 지난 4월에 발대식을 갖고 5∼7월에 청년창업자들과 멘토들이 머리를 맞대며 사업계획을 세심하게,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완벽을 기했다. 8∼10월에는 국내외 우수 사업분야를 탐구하고 창업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김지연 카페 채화당 대표, 홍주선 조각보 대표, 조한솔 동네방네 트래블 대표 등이 아낌없는 조언을 했다. 주로 자본조성, 연합마케팅, 판로개척 등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점을 지적하며 자신들이 겪은 험로와 생생한 극복 경험을 전수했다. 한화생명은 창업을 위한 씨앗기금, 국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 멘토단 구성 등을 위해 2억2000만 원을 투입했다.
아직은 사업초기이지만 사업계획부터 창업에 이르기까지 경험들을 축적한 발표회도 이어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 춘천지역은 곤충 생태계 보전을 위한 청소년 교육 및 옛 도심에서의 도시양봉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비틀에코’, 충남 논산은 인도 오로빌 지역의 모델을 도입해 귀농·귀촌 청년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어 청년 자립공동체를 운영 중인 ‘별에별꼴’이 돋보인다.
또 청년들이 만드는 인천 동네이야기 책인 ‘동 수다!’를 펴내고 있는 ‘버스토리’, 강릉지역 청소년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는 ‘세손가락’, 지역축제와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서울 양천구 목2동의 ‘숙영원’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청년들이 피폐해진 지역의 문화와 꿈을 되살려 살찌우고, 막연히 구상에 머물렀던 이상과 포부를 당당히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박상용(47) 한화생명 기획조정실장은 “올해 진행한 사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내년에도 새로운 사회적기업 창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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