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 해고회피 노력 명시 등 勞 입장반영 근로법개정안 지난 1995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 A사의 김모 대표는 요즘 인력 구조조정 문제로 큰 시름에 잠겨 있다. 경영이 악화하는 가운데 제조기업과 같은 생산시설이 없고 사무실도 임차해 쓰고 있는 김 대표로서는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대기업처럼 자산도 많지 않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업무특성상 업무조정이나 재배치도 불가능하다”며 “전 직원이 9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탄력근무제를 채택하고 있어 근로시간을 단축한다 해도 비용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사용자의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데 대해 중소·벤처·서비스 기업에까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규모나 경영상태 등 특수성을 고려해 업계에 맞는 기준을 별도로 지정하거나 규모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정리해고 요건 논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정리해고(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의 요건강화와 사용자의 해고 회피노력에 대한 구체적 명시, 해고자 재고용 의무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이들 법안은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중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돼 있다. 그 요건으로는 자산매각, 근로시간 단축, 신규채용 중단, 업무전환 및 배치전환 등이다. 자산과 종업원 규모가 작고 업무 종류가 단순한 중소·벤처·서비스업종의 기업들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들이다.

박기임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리해고 요건에 대한 논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논의돼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중소 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이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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