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무대에 올라 주인공 역할을 하는 공연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물론 아마추어 배우들도 연극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은 요즘엔 이런 무대를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명의 일반인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는 공연은 본 적이 없을 겁니다. 그게 어떻게 공연이 되냐고요?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는 4월에 펼쳐지는 ‘100% 광주’라는 제목의 리얼리티 공연이 그렇습니다.

광주의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이 의욕적으로 제작 중인 ‘100% 광주’엔 광주 시민 100명이 참여합니다. 광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선별한 시민 100명이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 단순히 무작위로 추출한 것이 아니라 성비(性比)와 연령대, 출신지역 등 다양한 통계학적 수치를 바탕으로 선별된 100명의 시민입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2012년 광주 인구통계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은 광주인구 전체의 6%이고, 외국인 인구는 1%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리얼리티 공연 ‘100% 광주’에 출연하는 시민 100명 중 6명은 70대 이상 노인이고, 1명은 외국인이 되는 겁니다. 이들이 무대 위에서 광주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공연으로 가능할까요.

아시아예술극장은 이 작업을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연극 창작그룹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에 맡겼습니다. 지난 2009년 국내에 소개된 ‘자본론’으로 한국연극평론가가 꼽은 ‘올해의 베스트연극상’을 받기도 했던 ‘리미니 프로토콜’은 대안 연극계에 샛별처럼 떠오른 창작집단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실과 허구,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독특한 시각으로 일반인들과 함께 구체적인 상황과 특정 장소를 소재로 공연을 펼칩니다.

이번 ‘100% 광주’ 공연은 ‘리미니 프로토콜’의 ‘100% 도시’ 연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기획됐습니다. 100명의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100% 도시’ 연작 프로젝트는 2008년 독일 베를린의 헤벨극장에서 ‘100% 베를린’ 초연무대를 선보이면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런던·파리·브뤼셀·코펜하겐·멜버른·도쿄(東京) 등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이 공연이 열렸습니다. 예컨대 ‘100% 런던’ ‘100% 도쿄’ 라는 제목으로 해당 도시의 시민들을 무대에 올린 거지요.

그럼, 오는 4월 서울과 광주에서 공연되는 ‘100% 광주’는 어떤 모습을 띨까요.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작 공연에서 그 단초를 엿볼 수는 있지만, 역시 광주라는 도시의 특성상 보다 독특한 공연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문제는 ‘한국의 광주’라는 도시에 대해 ‘리미니 프로토콜’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공연 제작과정에서 출연 시민들과 얼마나 원활히 소통하느냐는 것이겠지요. ‘100% 광주’ 공연은 4월 19∼20일 광주문화예술회관, 26∼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각각 펼쳐집니다. 어떤가요. 솔깃하지 않으신지.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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