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연맹 관계자 “성추행이라고 생각 안해”

“코칭스태프 성추행·기부 강요” 女컬링 대표팀 집단 사표 파문 세계선수권대회 ‘4강 신화’ 재현에 성공한 여자컬링 대표팀이 지도자의 성추행과 폭언에 시달리고 기부금을 강요받았다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자대표팀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두 차례나 세계선수권 4강에 진출하며 국내에 컬링붐을 주도했기에 집단 사표 제출은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컬링계와 대한컬링경기연맹 등에 따르면 김지선(27),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 등 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 직후인 지난 24일 캐나다 현지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던 신미성을 포함, 대표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심한 폭언과 성추행, 기부금 강요 등으로 더 이상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들은 먼저 귀국한 정영섭 감독 대신 최민석 코치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선수들은 훈련과정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3∼4시간씩 선 채로 심한 폭언에 시달렸으며, “누구누구는 손이 예쁘다, 누구누구 손은 고생을 많이 했다” 등 성추행 여지가 있는 발언도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선수 가족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애가 힘들어 할 때, 운동이 힘든 줄만 알았지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선수 가족들은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후원업체로부터 받은 포상금 중 총 1000만 원을 갹출해 형편이 어려운 컬링 선수들을 돕자며 기부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컬링연맹은 폭언은 일부 인정했지만 성추행과 기부금 문제는 지나치게 확대됐다고 해명했다. 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정신무장을 강요하다보니 험악한 말을 하기도 했고 그게 상처가 될 수 있었다”며 “상처받은 선수들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가벼운 칭찬을 한 것일 뿐 의도적 신체접촉도 없고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부금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기부금을 제의했지만, 연맹에서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컬링연맹에 해당 코칭스태프의 직무를 정지하고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재원(새누리당 의원) 컬링연맹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속하게 상벌위원회를 열어 진상을 파악하고, 특히 성추행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징계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