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연세대 교수·지진학

지난 1일 칠레 서쪽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8.2의 강진 이후 규모 7.6∼5.6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다행히 이날 지진으로 사망한 6명 외에 추가 사망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진에 대한 우려는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1일 새벽 4시48분 백령도 남서쪽 110㎞ 떨어진 해역의 지하 15㎞ 깊이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로 인한 강한 진동으로 경기·서울·충청 지역 주민들은 새벽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번 지진은 진앙으로부터 230㎞ 떨어진 서울·경기 북부 지역까지 규모 3∼4에 이르는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 한반도가 일본열도 방향으로 2∼5㎝ 이동하면서 한반도 지각판 내에 쌓이게 된 막대한 에너지가 이번 서해 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동일본대지진 후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모두 93회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지난해에 발생한 지진 가운데 서해에서 발생한 지진만 49회에 이르고, 규모 4.9인 지진이 2차례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해 지역 지각 내에 쌓인 힘이 폭발적으로 배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에 발생한 서해 지진이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연안에 집중됐음을 고려해 볼 때, 서해와 내륙의 다른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지진 발생 기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진계를 통해 관측된 지진 가운데서는 1952년 평양 인근 강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2 지진이 가장 큰 지진으로 꼽힌다. 보다 더 오랜 기간의 지진 발생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등의 여러 문헌에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만도 1900회가 넘는 지진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는 규모 7에 해당하는 지진 피해 기록도 여러 건이다.

한반도 주변 환경이 조선시대와 거의 일정함을 생각해 볼 때, 조선시대에 발생한 이러한 큰 지진이 미래의 한반도에 재현될 공산이 매우 크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에 많은 힘이 지각 내에 추가로 더해지면서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반도와 같이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일본, 칠레 등 판 경계부에서 발생하는 지진보다 그 위험성이 더 크다. 이는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깊이가 지하 5∼15㎞로 매우 얕은 깊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얕은 깊이에서 발생한 지진은 그 규모가 작더라도 지표에 에너지가 바로 전달되므로 지표에서 큰 진동을 만들어 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내륙에서 발생한 얕은 지진으로는 아이티 지진과 중국 탕산 지진을 꼽을 수 있다. 2010년 1월 12일에 발생한 규모 7.0의 아이티 지진으로 31만 명이 아까운 생명을 잃었고, 1976년 7월 28일 중국 탕산에서 발생한 규모 7.5 지진으로 2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아이티 지진은 이 지역에 250년 만에 발생한 것이다. 지각 내에 오랜 기간 서서히 쌓인 힘이, 지진에 대해 안전하다고 생각되던 지역을 한순간에 큰 재앙의 현장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대비가 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단 한 차례의 지진으로도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언제 발생할지 모를 재앙에 대해 단지 우리 세대에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어선 안된다. 비록 천재(天災)인 지진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그로 인한 인재(人災)를 줄이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구·관측하고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대비 조치들을 철저히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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