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이날 장중 103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주목된다. 최근 원화 강세는 달러 약세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강화로 신흥국 전반에 걸친 트리플(주식·채권·통화) 강세 현상 속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리스크가 완화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선진국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흥 30개국에서 지난 3월 투자 순유입 규모는 모두 395억 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유입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신흥국 통화 가치는 최근 1개월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7.5% 올랐고, 터키 리라화(5.5%), 한국 원화(2.4%) 등 대부분 통화가 상승했다. 최근 3일간 원화 가치는 헤알화와 일본 엔화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주가도 최근 1개월간 터키(15.5%), 브라질(12.4%), 인도네시아(5.2%), 한국(2.3%) 등 전반적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형성되고 있고, 이 가운데 원화 가치는 경상흑자 확대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미국 테이퍼링 리스크 완화와 국채금리 안정세, 신흥국 불안 진정 등이 결합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 2∼3분기 중 환율이 1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정부의 태도로 봤을 때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약화로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 등의 원화 절상 압력으로 외환당국의 환율 운용 폭이 좁아지면서 올해 국내 수출 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인 1060원이 속절없이 무너졌다”며 “환율 하락세를 방치할 경우 수출 둔화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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