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로 수입 > 수출… 28억달러 무역적자 추산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1000원 선까지 떨어질 경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7%포인트 급락하고,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환율이 연말까지 최대 10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연구기관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00원까지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3.3%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수정 전망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4.0%)보다 0.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오정근(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이 같은 성장률 추락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어나 무역수지가 악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000원일 때 수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5826억 달러, 수입은 13.5% 늘어난 5854억 달러로 무역수지가 2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환율이 평균 1050원을 유지할 경우에도 올해 성장률은 3.6%, 무역수지는 233억 달러 흑자로 2013년(455억 달러)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현재 주춤세인 엔저(엔화가치 하락)가 재개될 경우 성장률과 무역수지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 1000원, 엔·달러 환율 100엔일 경우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기계(-7.5%), 자동차(-6.4%) 전기전자(-3.8%) 등의 수출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오 회장은 “환율 급락은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 데 따른 ‘불황형 흑자’ 구조로 발생한 것”이라며 “환율 하락세를 방치할 경우 수출 둔화로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환율 1000원 초반 수준 급락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와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31개 글로벌 IB들이 최근 추정한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2분기 말 1070원에서 3분기 말 1063원, 4분기 말 106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IB들은 올 2분기에 1040원, 3분기 1025원, 4분기 1000원으로 올해 안에 1000원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는 내년 1분기 말에 환율이 1000원 선을 하향 돌파해 995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환율 쏠림에 대한 외환당국의 경고 이후 급락세가 주춤해졌지만 현재 추세대로 가면 조만간 103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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