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상크레인을 긴급하게 부른 1차 목적이 선체가 더 이상 침몰하는 것을 막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생존자 구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던 점을 감안하면, 해경과 범부처 사고대책본부의 대응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4일 범부처 사고대책본부와 해경, 관련 기업 등에 따르면 해경은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인 16일 오후 관련 기업·기관에 해상크레인을 긴급하게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곧바로 경남 거제에 있던 옥포3600호(3600t급)를 발진시켜 18일 오전 1시 전남 진도 사고해역에 도착하도록 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삼성2호(3600t급)를,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설악호(2000t급)를 같은 날 오전 도착하도록 했다. 삼성중공업은 8000t급 해상크레인 삼성5호도 추가로 파견해 20일 오전 1시 사고해역에 닿게 했다.
크레인 3대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자 언론과 실종자 가족, 누리꾼들은 에어포켓(공기주머니)에 있을지 모를 생존자 구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해해경청은 해상크레인이 도착하기 전인 17일 오전 브리핑에서 “선박 침몰 진행 예방과 인양을 위해 민간 대형 크레인을 동원 중”이라며 “선박 내에 공기를 주입해 생존 여건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세월호 선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18일 낮 12시 30분쯤으로 첫 크레인 도착 이후 11시간 30분 동안의 금쪽같은 시간을 흘려 보낸 것이다.
해경은 해상크레인이 도착한 지 7일째인 24일 오전까지도 크레인 파견 업체·기관들과 선체 침몰 방지 등을 위한 협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급히 오라는 (해경의) 연락을 받고 크레인을 파견했지만 구조 등 작업과 관련한 협의는 지금까지 한 적이 없다”며 “해경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해경 등 구조당국이 해상크레인을 불러만 놓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자 과연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했느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화물선 선장을 지낸 김모(57·전남 목포시) 씨는 “크레인으로 선수 쪽을 잡아 더 이상 침몰하지 않게 하고 공기를 주입하면 생존 여건을 더 좋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해상크레인을 활용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박치모(조선해양공학부) 울산대 교수도 “선체 밑으로 U자형 쇠줄을 걸어 대형 크레인이 이를 지탱토록 하면 배가 가라앉지 않아 일시에 많은 구조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진도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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