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반성, 기억, 애도를 위한 뛰어난 책들이 나왔습니다. 김덕영 카셀대 교수의 ‘환원근대’(길)가 반성적 성찰이라면,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1919∼1987)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돌베개)는 기억의 증언문학이며,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의 ‘상실수업’(인빅투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이들에게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언해 줍니다. 고민하다 반성의 저작을 톱기사로 전했지만, 기억과 애도의 책도 꼭 읽어야 할 책들입니다.
현대 증언문학의 대표작 ‘이것이 인간인가’의 레비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쓴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생환 후 40여 년에 걸친 그의 사상적 고투를 보여줍니다. 그는 수용소에서 벌어진 현상들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가라앉은 자(죽은자)와 구조된 자(살아남은 자)를 가로지르는 기억과 고통, 권력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그가 후대에 전하는 수용소는 인간세계 축소판입니다. 포로들은 자신보다 더 취약한 사람을 자신의 권력 아래에 둡니다. 폭력 체제에 노출된 인간이 어떻게 체제와 닮아가는지를 끔찍하게 보여줍니다. 생환자가 느끼는 치욕감과 죄책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레비의 고통이기도 했겠지요.
‘상실수업’은 오랫동안 호스피스 운동을 해온 저자가 동료와 함께 쓴 책입니다. 책은 상실을 막을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한 분노,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의식, 자신이 벌 받았다는 느낌, 대신 죽었어야 했다는 죄책감,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울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 9년간 중풍을 앓았던 퀴블러 로스가 가빠지는 숨과 자신의 생명이 꺼져 간다는 것을 느끼며 썼다는 점에서 더 마음이 끌립니다. 후회할 만큼 후회하고 미워할 만큼 미워하고, 쓰러질 만큼 울라고 합니다. 30분 울어야 할 울음을 20분 만에 그치지 말라고, 눈물이 전부 빠져 나오게 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남겨졌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잃었는가. 당신이 왜 남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가. 신과 우주만이 정답을 얘기해줄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들은 모두 살기 위해 남겨졌다는 것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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