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항산 길은 수레를 부수지만/ 사람 마음에 비하면 탄탄하고,/ 무협의 물은 배를 뒤엎지만/ 사람 마음에 비하면 순탄해라./ …행로의 험난함이/ 물길에 있지 않고/ 산길에 있지 않고/ 인정의 번복 속에 있다오.’
이 시는 태항산의 험한 길에 고난 속 인생살이를 빗댄 중국 당나라 시인 백낙천(본명 백거이·772∼846)의 ‘태항로’다.
‘한가로움의 정신세계’를 추구한 백낙천의 시는 쉬운 시어에 선명한 주제로 당대 한국과 일본서도 널리 읽혔다. 치유의 언어를 담은 시는 시공간을 초월해 오늘 우리의 삶과 이어지는 교감과 각성을 경험케 한다. 관직 생활이 순탄한 편이던 백낙천은 “나이가 몇 살이든 젊다거나 늙었다고 여기지 않고 적절한 연령”이라고 만족해했고, 시도 너글너글하고 솔직했다.
백낙천 한시의 상징이 ‘지족(知足)’이라면, 도연명(365∼427)은 ‘고향’을 주로 노래했다. 도연명은 생활에 뿌리를 두고 진실한 감정과 삶의 진리를 평범한 말로 묘사한 사의(寫意)의 대가였다. ‘한창 나이는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아침이 없는 법./ 제때 맞춰 부지런하자/ 세월은 기다리니 않나니.’ 그는 혼돈의 시기에 고향으로 돌아가 내면의 가치를 길렀다.
반면 전란으로 떠돌았던 두보(712∼770)의 시에는 다소 침울한 정서가 깃들어 있다. 두보는 ‘동곡칠가’ ‘성도기행’ 연작시에서 매몰찬 풍경에 내면의 슬픔을 토로하면서도 보편적 표현으로 공감을 이뤄냈다.
한편 유배객으로 전전했던 소동파(본명 소식·1037∼1101)의 경우 삶은 기구했으나 시는 호방한 기운과 낙락한 감흥을 담아냈다. ‘등 밀어주는 사람아/ 종일 팔을 놀리게 해서 미안하군./ 살살하게,/ 살살하게,/ 거사는 본래 때가 없으니.’ ‘세상의 명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서로 만나 늙음이 오는 줄도 모르는군.’ 소동파는 시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탄식하되 소외의 슬픈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즐겨 읽었던 한유(768∼824)의 시는, ‘기름으로 옷을 빠는 것과 같아/ 적시면 적실수록 때가 더 번지누나’ 등이 그렇듯 사변적이면서도 직접적인 현실 발언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우리와도 익숙한 중국의 유명 시인들의 시와 더불어 그들의 삶에 다가선다. 부제가 ‘중국 시인 열전’이다. 위의 시인 외에 이하, 두목, 왕유, 왕사진, 고계 등 중국 한시 대가 10명의 간략한 삶과 더불어 대표적인 시를 소개한다.
저자는 “자연, 현실과 역사의 모든 것을 소재로 삼았고 서정뿐 아니라 기록과 논변의 기능까지 겸한 한시의 특성,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와 찬란한 빛”을 예찬한다. 하늘의 성좌와 같이 빛나며, 우뚝 홀로 서서 가치를 실천하는 ‘특립독행(特立獨行)’의 군자인 대가들이 남긴 한시와의 만남으로 이끈다.
한시의 시인들이 “땅에 발을 붙이고 세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연의 활발함을 묘사하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슬퍼하고 헛된 희원에 고개를 끄덕이던 신선들”이라고 경의를 표하는 저자를 따라 한시 속에서 하늘의 성좌, 지상의 신선을 만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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