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 도깨비(권문희 글·그림/ 사계절) = ‘줄줄이 꿴 호랑이’ ‘석수장이 아들’ 등을 통해 옛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고, ‘백구’에서는 눈이 부시도록 시린 슬픔을 풀어낸 권문희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다.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난 유머러스하면서도 유쾌한 옛이야기다.

옛날에 부모 없이 혼자서 근근이 살아가는 아이가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밤새도록 일하고 집에 가는데 도깨비가 나타나 “얘, 나 돈 서 푼만 꿔 줘”라고 말한다. 하루 종일 번 돈이 서푼뿐인 아이는 꿔줄까 말까 망설이다 “꼭 갚아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빌려준다. 아이는 도깨비는 뭐든지 잘 까먹기에 돈 갚는 것도 까먹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지만, 약간 겁이 나기도 해서 꿔준다. 이때부터 아이와 도깨비의 긴 인연이 시작된다. 도깨비는 다음날 와서 아이에게 돈을 갚는다. 문제는 뭐든 잘 까먹는 도깨비가 아이에게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까먹었다는 것. 도깨비는 매일 아이에게 와 서푼씩 주고 간다. 외롭게 살아가던 아이는 큰 부자가 된다. 무엇보다 그 출발이, 돈을 못 돌려받을 줄 알면서도 도깨비에게 돈을 빌려준 선의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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