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계 각국의 사회적기업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경제의 주체, 사회적기업’이라는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리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지난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계 각국의 사회적기업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경제의 주체, 사회적기업’이라는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리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고용부 주관 국제포럼 성황“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는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들과 해당 국가의 이해를 바탕으로 내려져야 합니다. 실업자나 소외계층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제한돼서도 안 됩니다.”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회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기조연설을 맡은 자크 드푸루니 벨기에 리에주대 교수는 “사회적경제는 다른 경제분야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며 “정책수단으로 생각해 다른 경제부문과 명확한 경계를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의 다양한 사업 모델이 구축될 수 있고, 해당 국가의 상황에 따라 사회적경제 영역 내에서 사회적기업이 갖는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스페인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대부분이 사회적기업에 포함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프랑스는 협동조합처럼 전통적인 형태를 띠지 않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영국은 사회적기업을 사회적경제의 범주를 넘어서 중요한 사회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리스와 폴란드 등 실업률이 높은 국가들은 사회적기업을 실업문제 해결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드푸루니 교수는 “사회적기업은 국가가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에 따라 달라지며 시장자원과 비시장자원이 섞여 있는 혼합조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등이 주관한 이번 포럼은 국내외 사회적기업 전문가와 사회적기업가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사회적경제 주체로서 사회적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특히 올해 포럼에는 세계 최대의 사회적기업 연구단체인 EMES 핵심 연구진이 연사로 참여했다. 드푸루니 교수도 EMES 설립자 중 한 명이다. 드푸루니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에릭 비데 프랑스 르망대 교수가 프랑스의 사회적경제법에 관해 발표했다.

비데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의 사회적경제법은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과 같이 사회적경제의 법적 정의를 처음으로 규정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르망대 사회연대경제 석사 과정 책임자인 그는 “프랑스는 사회적경제에 관한 일반법 채택 직전에 있다”며 “이 법이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사회적경제의 개념은 19세기 초반에 나타나 1980년대 제도적 안정성을 갖췄다. 사회적경제법 제정은 2011년부터 진행됐고 시민의 참여로 법안 내용이 마련됐다. 7월 종료되는 시민참여 과정에 의해 총 8장에 이르는 복잡한 법 구문이 만들어졌다. 비데 교수는 “사회적경제법 사업이 전환되거나 자본이 이동할 경우 기업을 근로자들이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 및 제도를 개발하는 방법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은 지난 1일 사회적기업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사회적기업 주간(1∼4일) 행사의 일환이다. 사회적기업 주간에는 국제포럼을 포함한 사회적기업의 발전 방안들을 논의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1일에는 사회적기업 발전에 공헌한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정부 포상이 있었다. 자동차 한 대를 종이컵 반 컵 분량의 물로 세차하는 기술을 개발해 사회복지기관을 대상으로 교육·기술이전 사업을 벌이고,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두레마을’ 김영도 대표는 산업포장을 받았다. 또 취약계층 근로자를 고용해 친환경 세탁·주방세제 등을 생산해온 ‘제너럴바이오’와 연간 50억 원의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해 유통시키는 등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래’, 2006년부터 사회적기업에 금융 및 경영 컨설팅을 지원해주고 있는 이용권 우리은행 부행장 등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포상에 이어 판매실적이 좋은 사회적기업 제품을 전시하는 ‘사회적기업 우수상품전’과 사회적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200여 명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기업 공공구매 워크숍’도 열렸다.

2일에는 사회적기업에 관심 있는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한 사회적기업가 3명이 노하우와 사업 스토리를 들려주는 ‘토크콘서트’가 마련됐다.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 대표, 친환경 의류를 생산하는 ‘오르그닷’의 김방호 대표, 저가보청기를 제조·보급하는 사회적기업 ‘딜라이트’의 김정현 대표 등 3명이 생생한 사회적기업 창업기를 들려줬다. 이 외에도 사회적기업가 100여 명이 모여 경영 실패 극복 사례와 연대·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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