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 마지막 날인 18일 한반도에 평화, 화해,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교황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오늘의 미사는 첫째로, 또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해 드리는 기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첫걸음으로 ‘용서’라는 키워드를 전했다. 교황은 성경 마태복음 18장에서 베드로가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줘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예수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한다’고 답한 부분을 인용하며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중략)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남북한이 충돌과 반목을 중단하고 진심어린 대화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한반도 화해와 함께 한국 사회 내부의 연대도 촉구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이제 의심과 대립,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한다”고 강론했다.
이날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지난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직접 영접한 데 이어 교황의 마지막 공식 일정을 함께 했다. 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이 참석했다.
교황은 특히 위안부 할머니 7명의 손을 일일이 꼭 잡고 축복했으며, 위안부 할머니가 직접 건넨 배지를 달고 미사를 집전해 그 의미를 더했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교정원장 남궁성 교무 등 12개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종교 간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로써 교황은 4박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낮 12시 45분 서울공항에서 대한항공편 전세기를 타고 출국했다. 이 자리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공항에 나가 직접 환송했다.
유민환·오남석 기자 yoogiza@munhwa.com
관련기사
-
“위급땐 몸으로 둘러싸라” 시복미사 3만5000명 철통경비
-
감동·위안 ‘교황 행보’… 2030에 신선한 ‘가톨릭 신드롬’
-
<아디오스! 프란치스코>불통 시대의 ‘뜨거운 울림’… 암울한 한국사회를 비추다
-
<아디오스! 프란치스코>미사 말미 ‘우리의 소원’ 합창… ‘한반도 평화’ 간절히 기원
-
‘서소문 성지’ 세계적 순례지 되나
-
소소하지만 정성담긴 선물 받았다
-
“함께 가자” 종교도 넘어선 행보
-
교황, 내년 1월 다시 아시아로
-
교황, 공식행사서 영어 첫 사용
-
<정치>불신·증오의 벽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共感
-
<경제>빈부격차 갈수록 심각… 양극화 해소안 찾아야
-
<사회>대립·갈등 끌어안고… 소통·긍정 에너지 전파
-
<종교>수도자들의 富者化 질타… 세속화·비대화 경계
-
“교황, 北·中 등 亞 미수교국과 대화 의지”
-
訪韓 시작도 끝도 ‘갈등·반목서 벗어나라’
-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교황 강론 요약문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