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기간 내내 따뜻한 위로를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지만 교회와 종교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자세를 요구했다. 세속화, 비대화를 경계하며 가난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종교의 비대화, 세속화에 무감각해져,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 교황의 질타는 종교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환기였고,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주문이었다.

교황은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연수원에서 열린 한국수도 공동체들과의 만남 강론에서 ‘수도자들의 부자화(富者化)’를 질타했다. 교황은 “봉헌 생활에서 ‘청빈’은 봉헌 생활을 지켜주는 ‘방벽’이고,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어머니’다”며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실용적 세속적 사고방식은 우리의 희망을 인간적인 수단에만 두도록 이끌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셨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청빈의 증거를 파괴한다”고 세속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주교회의 방문에서도 ‘잘사는 교회’ ‘영적 웰빙’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번영할 때 유혹이 온다. 잘사는 교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이 가난을 창피하게 여기게 하는 교회, 이것이 번영, 영적 웰빙의 유혹”이라며 부자들을 위한 부자 교회, 중산층의 교회가 아니라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이렇게 강론했다.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한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빈다.” 이는 한국 종교가 떠안아야 할 과제로 고스란히 남았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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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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