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소탈 모습… 4박5일 파격행보 열광지난 4박 5일간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점으로 국내 가톨릭 신자가 크게 늘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교황의 세계적인 인기로 가톨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느는 상황에서 그의 방한이 신자 증가로 이어지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물질주의 풍조를 비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연일 화제가 됐으며, 국산 무개차를 타고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축복하는 등 소탈한 모습도 국민적 호감을 샀다. 천주교 내부에서도 정체 상태에 있는 20∼30대 신자 수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개신교 등 다른 종단은 내심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현재(2013년 말 기준) 국내 가톨릭 신자의 수는 544만2996명이다. 전체 인구의 10.4% 수준으로, 2009년 10%대를 넘은 이후에도 증가율 1∼2% 수준의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20∼30대 젊은층의 유입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20대와 30대의 신자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각각 -0.7%, 0.7%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60대와 70대에서 각각 6.5%, 5.2%로 늘면서 총 증가율 1.5% 수준을 유지했다. 천주교 측에서 이번 방한을 통해 젊은 신자 수의 증가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교황이 미사 강론과 연설을 통해 청년들에게 많은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기 때문에 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통계를 보면, 교황 방한과 가톨릭 신자 증가율은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1980년 132만1293명 수준이었던 신자 수는 지난 30여 년간 4배가량 늘어났다. 신자 증가율은 1980년대 초반 9%대에 달했으나, 이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8%대에서 4%대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3%대에서 2%대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 사이 두 차례의 교황 방한이 있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식 및 순교자 103위 시성식,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공항에서 땅에 입을 맞춰 많은 화제를 모았고, 서울여의도광장에서 열린 103위 시성식에는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열기가 국내 가톨릭 신자 증가율 반등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1984년과 1989년 신자 증가율은 각각 8.0%, 5.9%로 교황 방한 전후 연도와 비교해 신자 증가율에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1981∼1982년 신자 증가율은 9.0%, 9.6%였고, 교황 방한 이후인 1985∼1986년은 8.0%, 7.7% 수준이었다. 1989년 전후한 때도 1988년 6.7%에서 1990년 5.3%로 낮아졌다. 1980년대 이후 국내 종교 인구가 크게 늘지 않은 추세를 그대로 따른다.

천주교 관계자는 “교황 방한을 계기로 천주교 신자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교황의 메시지에 자주 접하고 영향을 받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