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매환자 61만 명 추산… 1명 치료비 年 1000만원 넘어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고혈압, 치매, 퇴행성 질환 등 각종 노인성 질환이 인류의 수명을 위협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 중에서도 가장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치매’다. 치매는 중증일 경우 자아를 상실할 정도로 환자 본인에게 치명적이지만,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주위에도 고통을 배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2년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53만 명으로 치매 유병률은 의료보험적용 총인구 중 약 9.1%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61만 명으로 추산된다.

치매 환자 1명의 치료비도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있다. 치매는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어 조기 진단을 통한 치매 예방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A< 치매 의심, 0.5단계 >오늘 있었던 일-내일 할 일 점검하기
B< 초기 치매, 1단계 > 자신과 가족 사진으로 기억 자극하기
C< 중등 치매, 2단계 > 할 수 있는 일 격려하고 외출시 주의
D< 중증 치매, 3단계 > 신체 명칭-손동작 표현 등 알려주기


대한치매학회는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을 맞아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치매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생활 지침만 잘 수행해도 환자의 우울감, 가족 부담감은 물론 환자의 상태도 호전된다는 내용이다. 일상생활지침은 지난해 학회에서 만든 것으로 치매 환자들이 상태에 따른 4가지 단계별로 매일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이 담겨 있다. 학회는 치매 환자 125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지침 실천 전과 3개월간 실천한 후로 나눠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보호자의 간병 부담, 우울정도 등을 평가했다. 이 결과 일상생활지침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그룹은 식사와 보행, 대소변 해결 능력, 목욕, 옷 입기 등을 평가하는 ADCS-ADL 점수(78점 만점)가 58.5점에서 60.7점으로 2.2점 상승한 반면, 소극적 실천 그룹은 50.5점에서 48.8점으로 오히려 1.7점이 떨어졌다. 특히 적극적 실천 그룹에서는 그릇 정리(+0.46점), 소지품 챙기기(+0.24점), 약속·모임 지키기(+0.22점), 식사·간식준비(+0.16점) 등의 부문에서 변화 폭이 컸다.

간병부담 평가에서는 적극적 실천그룹의 보호자가 느끼는 부담이 19.3점에서 19.6점으로 비슷했던 반면, 소극적 실천그룹에서는 실천 전 24.8점에서 30.4점으로 5.6점 상승해 보호자들이 느끼는 간병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치매 환자의 우울감 평가에서도 적극적 실천그룹에서 우울감이 4.2점에서 3.4점으로 0.8점 낮아진 데 비해 소극적 실천그룹은 4.9점에서 6.4점으로 1.5점 상승했다. 김상윤(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은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일상생활지침이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유지,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돼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지침의 핵심은 뇌건강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매 증상에 따라 치매가 의심되는 0.5단계(A)부터 초기 치매인 1단계(B), 중등도 치매인 2단계(C), 중증 치매인 3단계(D) 등 총 4단계로 나눠 항목별로 구성됐다. 각 단계별 지침은 치매 환자나 보호자가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실제 생활에서 확인이 가능한 항목이 있다. 사소한 일상생활지침이지만 모두 의학적 근거가 있는 항목이다. A단계에는 ‘저녁에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해 보는 습관’, ‘내일의 약속과 모임을 점검’, ‘매일 한 시간 정도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기’, ‘대화할 때 정확한 단어 사용’, ‘새로운 공부나 취미 시작’ 등이 있다. B단계에는 ‘스스로 좋아하는 음식, 옷, 음악 등을 선택하기’, ‘잘 아는 가족 사진이나 자신의 사진 자주 이용해 기억 자극’,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자주 이야기하기’, ‘일상생활 순서와 필요한 도구에 대해 그림을 이용해 기억 유지하기’ 등이 있다. C단계에는 ‘할 수 있는 일 계속 격려하기’, ‘외출시 문단속 알려주고 시행 여부 확인하기’, ‘자주 다니는 곳은 혼자 다니도록 하고, 길 잃을 때를 대비해 주변에 요청하기’ 등이 있다. 중증 단계인 D단계에는 ‘몸에 통증이나 불편이 있을 때 말할 수 있게 신체에 대한 명칭 알려주기’, ‘의미가 있는 익숙한 활동을 이용해 단어찾기, 기억, 언어 훈련 집안에서 하기’, ‘필요한 것에 대해 몸동작이나 손동작을 이용해 표현하도록 격려하기’등이 있다.

치매 예방은 역시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치매학회는 인지기능 저하 예방을 위해 ‘진인사대천명고’를 조언하고 있다. ‘진땀 나게 운동하고, 인정 사정 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대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마시지 말며,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고,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을 조절하자’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연령대별 치매 예방 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10대는 뇌의 예비용량을 늘리기 위해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권하고 있으며, 20∼30대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담배와 술 등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40∼50대는 한 번 가본 길이면 내비게이션을 끄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 신체질환과 우울증 등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을 꼽았다. 60대 이상에게는 자기 전에 5분간 일기쓰기, 책 읽고 요약하기, 봉사활동 참여하기 등 두뇌활동과 사회적 활동을 권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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