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12년 4월 바오스틸 및 지엔에스 등과 함께 26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국GM이 약 80%에 달하는 강판 자재를 포스코로부터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아직 바오스틸로부터 조달받는 강판의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전체 강판의 10% 정도가 바오스틸 제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품질이 보증되기 때문에 중국 업체의 강판이라도 충분히 차량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내 1위 강판기업인 판화그룹은 국내 철강산업의 ‘메카’인 경북 포항에 2200억 원을 투자해 착색도장설비와 아연도금설비를 들일 계획을 세웠지만, 국내 철강 업체들의 반대와 포항시 측의 불허로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9월에는 중국의 또 다른 국유기업인 중신(中信)그룹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신그룹의 자회사인 ‘중신건투자산관리’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거쳐 역외투자자문업자로 등록해 국내 투자자문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신그룹은 거대 국유기업으로 현재 중국 최대 상장 증권사인 중신증권과 중국 중신은행 등 30개가 넘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기술 유출과 ‘먹튀’ 논란 끝에 국내에서 철수한 뒤 한동안 주춤했던 중국 국유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다시 활발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합작 형태나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일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 중국 기업 투자유치금액은 57억1800만 달러이며, 국내 소재 중국기업(법인 및 개인사업자) 수는 2002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5년간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 현황을 보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394% 증가한 7억76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연간 투자유치액의 1.6배에 달했다. 중국 국유기업의 국내 투자 규모는 별도로 집계되진 않지만, 중국의 해외투자가 민간기업보다는 주로 국유기업을 통하는 경우가 상당수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유치한 투자금액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중국 국유기업이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이 스마트폰·반도체·가전·조선 등 자국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의 산업에 대해 선진 기술 취득 차원에서 투자를 적극 고려하고 있지만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하이테크 분야는 중국 자본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국제적인 통상 마찰을 피하고, 관세도 절감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선진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국유기업의 투자는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유기업의 국내 진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중국 국유기업들의 경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공격적으로 기업들을 사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소유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런 부분은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충남·박준희·장병철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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